제 목 노조에 포위당한 공사현장…대체인력 투입까지 ‘원천봉쇄’
작성자 한양경제연구원 작성일 2019-06-05 조회수 38

작업거부 넘어 ‘타워점거’ 강행

타워기사 사고 위험까지 도사려

일부 이동식크레인 확보했지만

최대 일주일 버티기도 힘들어

골조공사 중단 피해 ‘눈덩이’

 

#1 “현장이 돌아가야 타워 기사들도 먹고 살 것 아닙니까.” 4일 오전 8시 수도권 남부의 건축공사 현장. 중견건설사의 A소장은 현장을 떠나는 노조 감시단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감시단은 타워크레인 점거 상황을 보러 나온 것이다. 이 현장에는 대형 타워크레인 2대를 운영 중인데, 타워 기사들은 전날 오후부터 점거한 뒤 내려오지 않고 있다. 숙식은 타워에서 해결한다. A소장은 “타워 기사들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노조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서 “오늘과 내일은 이동식 크레인을 섭외했지만 이후에는 장담 못한다. 현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2 비슷한 시각 서울 북부의 아파트 공사현장. 전날 5개 타워 모두 노조원이 점거했지만, 그 중 1개는 타워 기사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내려온 상태다. B소장은 “파업으로 현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타워크레인 운전자 중에는 고령자도 많아 점거에 따른 건강 악화도 우려된다”면서 “현재 현장은 극도로 긴장 상태에 있다. 특히 타워 기사들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지도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4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의 동시파업이 본격화하면서 전국의 건설현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양대 노조에서 단순한 작업 거부가 아닌, 타워 점거 방침을 정하면서 현장은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현장들은 부랴부랴 이동식 크레인 확보에 열을 올렸고, 이를 확보하지 못한 현장은 그대로 두 손을 들었다. 와중에 타워 기사들의 건강 상태까지 챙겨야 하는 등 현장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 건설사들은 이번 동시파업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사상 첫 동시파업으로 어느 정도의 피해는 짐작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건설사 C사의 경우 전국 41개 현장에서 150개 정도의 타워크레인을 운영 중인데, 이 중 87%인 130개가 점거당했다. 다른 대형사인 D사도 전국 현장의 타워크레인 70%가 노조의 점거로 가동이 중단됐다. 또 다른 대형사인 E사는 전국의 건축현장 21곳이 모두 중단됐다. 중견ㆍ중소 건설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양 노조는 전날 16시40분부터 전국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점거를 시작했다. 양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의 타워크레인 약 2500대를 점거했다고 주장했다.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타워크레인이 사실상 양 노조의 손아귀로 넘어간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골조 공사를 수행 중인 대부분의 현장이 멈춘 것이다.

  현장의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노조가 타워 점거 방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파업 결의 때만 하더라도 각 현장에서는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대체인력 투입을 우선 고려했다. 그러나 타워가 노조에 점거되면서 대체인력 투입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그나마 이동식 크레인을 확보한 일부 현장은 어느 정도 공사를 수행하는 곳도 있지만, 이곳 역시 100% 현장 가동은 아니다. 수도권 남부의 A소장은 “간신히 이동식 1대를 빌렸지만 일일 공정률은 평소의 50%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건설업계는 현장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일주일’로 보고 있다. 유일한 대응 방안인 이동식 크레인도 현장마다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장기 임대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동식의 하루 임대료는 타워의 5∼10배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장 관계자는 “고층 건축물에는 이동식을 사용할 수 없다. 공정 순서를 조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골조가 한창인 현장은 타워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본사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겠지만 일주일이 넘어가면 아예 현장을 폐쇄하는 게 더 낫다”고 토로했다.

다른 현장 관계자는 “타워 점거가 일주일 이상 길어지면 협력사들도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준공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들었다.

  한편으론 현장의 안전사고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타워를 점거한 기사 중에서 불의의 사고라도 당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현장 관계자는 “끼니 때마다 음식을 올려주면서 기사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고령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며칠 동안 버티기 힘들다. 노조에서 무기한 파업을 한다면 조합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점거를 푸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