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ㆍ국회 요구사업 몰려들어

내달 대상사업 선정 앞두고 난감

지역별 형평성 논란 불 붙을수도

 

20년째 개선 안돼 병목현상 초래

평가항목 등 제도 개편 선행돼야



정부가 일자리대책의 일환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대규모 SOC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방침을 내놓자 면제 요구 및 신청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재정당국이 당초 고려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요구사업이 몰려들자 면제대상 선정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선정결과에 따라 지역별 형평성 논란도 우려되고 있다.

13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이하 일자리대책)’을 내놓은 이후 지자체 및 국회를 통한 SOC 사업 예타 면제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일자리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ㆍ물류기반 및 지역전략산업 등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사업은 예타를 면제하고 조속한 사업착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타는 운용지침상 조사기간 6개월로 규정돼 있지만 통상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소요된다. 지난해 조사사업만 보면, 건당 평균 21개월이 넘게 걸렸다. 광주 송정∼순천 단선전철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정부∼금정), 서울지하철 6호선 구리연장 등은 무려 33개월 넘게 조사만 받고 있다.

게다가 단순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 B/C)에만 치중한 평가로 인해 이미 수십 건에 달하는 균형발전 인프라 및 지역숙원사업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해 표류 중이다.

지난해에만 총 40건의 건설사업이 예타를 받았으나 절반(20건)이 탈락했다. 이 가운데는 서부경남KTX(남부내륙철도)나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도 포함됐다.

따라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타만 면제된다면, 경제성 평가 부담을 털어내는 동시에 착공까지 최소 2년 이상을 앞당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급감한 SOC 예산(국비)까지 단숨에 확보할 수 있어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재정당국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내달 중 면제대상 사업을 선정한다는 방침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면제 요구(사업)가 밀려들고 있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수의 면제요구와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가재정법에 면제기준이 있지만, 대상사업을 추려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사업별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고 제도 본연의 목적상 면제요구를 무제한 수용할 수도 없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특정 지역 ‘홀대’ 등 형평성 논란까지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 및 업계는 이에 대해 예타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 여러 차례의 개선안이 흐지부지되면서, 병목현상에 시달리던 수많은 균형발전 및 숙원사업들이 면제 방침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타는 내년이면 도입 20년째를 맞는데, 그간 제대로 된 개선조치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보니, 면제요구만 빗발치고 있는 것”이라며 “면제기준은 물론, 대상사업부터 조사기간, 평가항목 등 전면적, 합리적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