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전략 강화

기존 소송 ‘청구취지’ 조정 등 반격

“간접비 미지급, 대표적 발주처 甲질”

법 개정 통해 불공정관행 근절 총력

 

 



대법원의 ‘간접비 소송’ 판결 후 주춤했던 건설업계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진행 중인 간접비 소송의 경우 청구 취지 조정 등 대응전략을 다시 짜고, 법 개정을 통해 간접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장기계속공사 계약에서 최초 계약(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이 없고, 차수별(연차별) 계약을 통해서만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지난해 대법원의 간접비 소송 판결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서울구간(701∼704공구)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에서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서울시가 대림산업 등 4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해당 공사의 첫 계약일인 2004년 12월30일로부터 5년이 넘어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1차 계약 시 총공사준공일과 총공사금액이 기재된 만큼 총괄계약에 따라 손배채권 소멸시효를 계산한 것이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총괄계약의 법적 구속력을 부인한 간접비 소송 판결을 근거로 손배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을 차수별로 해석했다. 7호선 연장 서울구간의 차수계약은 공구별로 10∼14차에 이른다. A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차수를 빼고 손해액을 재산정해서 2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다른 간접비 소송들도 청구 취지와 감정 범위를 대법원 판례 기준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B사 관계자는 “기존 간접비 소송은 총괄계약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서 이를 차수별 계약으로 다시 쪼개고 청구 취지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차수별 준공대가 수령 전에 간접비 청구권을 신청하거나, 이의 유보를 하지 않은 건설사들은 소송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32개 주요 발주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공기 연장 간접비 소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모두 260건, 소송가액 1조2000억원에 달한다. 1000억원 이상 대형공사의 간접비 소송 건수도 88건이다.

간접비 소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인 이원욱 의원(경기 화성을) 주도로 여야 의원들이 함께 다음달 22일 국회에서 ‘공기 연장 간접비 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접비 문제를 공공발주기관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자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령 등을 개정해 간접비 청구 시점을 최종 준공대가 수령 후로 조정해서 총괄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C사 관계자는 “10년짜리 장기계속공사에서 해마다 간접비를 청구하라는 대법원 판결은 발주기관과 건설사 간의 수직관계, 건설현장의 특수성에 대한 무지의 산물”이라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법 개정을 통해 발주처의 불공정 관행과 삐뚤어진 법원의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