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취업률 85%라 했는데…실제는 64%

문재인 정부가 ‘고졸 취업 지원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고졸 채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내실보다 취업률이라는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외건설ㆍ플랜트 마이스터고등학교인 서울도시과학기술고(이하 마이스터고)의 실제 취업률이 정부 발표와 다른 데다, 대형 건설사 취업생의 경우 상당수가 단기 인턴ㆍ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제>가 지난 18일 기준으로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1기 졸업생 128명 중 실제 채용이 확정된 인원은 모두 82명으로, 실질 취업률이 64.1%에 그쳤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마이스터고 첫 졸업식이 열린 지난 11일 기준으로 발표한 공식 취업률 85%(126명 중 107명ㆍ군입대 2명 제외)보다 20%포인트가량 낮은 것이다.

공식 취업률과 실질 취업률 간 격차는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전형 응시자 21명 등을 취업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졸업생들의 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에서 취업 문의가 많아 조만간 취업률 10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토부의 해외건설ㆍ플랜트 마이스터고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울진 원자력 마이스터고 간 취업률 경쟁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원자력 마이스터고는 2016년 2월 1기 졸업생 취업률이 100%였다. 2∼3기 졸업생도 96∼97%로 모두 90%가 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와 산업부가 마이스터고 취업률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는 5년마다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취업률에 더 민감하다. 국토부는 서울도시과학기술고를 마이스터고로 지정하면서 2015년부터 4년간 기숙사 신축과 실습시설 개량 등에 총 50억원을 지원했다.

‘질 좋은 일자리’ 늘리기라는 측면에서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등 이번에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2∼4명씩 채용한 대형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정규직이 아닌 체험형 사원(인턴)이나 하도급사 계약직 등의 단기직 형태로 뽑았다. 정부의 취업 독려에 등이 떠밀려 뽑은 경우가 많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과거엔 고졸 채용제도가 있었지만, 종합건설사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대졸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마이스터고 졸업생은 군 복무 후 업무 능력 등을 평가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고 군 미필이라 대형 건설사들이 비정규직 형태로 채용한 것으로 안다”며 “마이스터고 취업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나 공기업보다 실제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 전문건설업체 등 중소ㆍ중견기업으로 공급 창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터널공사가 주력인 동아지질은 최대 9명을, 설비공사 전문업체인 대아이앤씨는 6명을 각각 채용할 예정이다.

대아이앤씨 관계자는 “최근 해외공사 현장이 늘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뽑았다”며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현장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전문인력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육성을 위해 설립한 마이스터고 취지에 맞게 수요-공급을 잘 맞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형 건설사들이 등을 떠밀려 졸업생을 채용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 최근 3년간 공기업ㆍ건설사 등과 42건의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모두 120여개사와 산학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태형기자·안재민 수습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