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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특허번호만 확인할 뿐”…설계·시공 재검증 시스템 구멍
작성자 한양경제연구원 작성일 2019-02-11 조회수 17

[긴급점검]특허 따로, 시공 따로…‘짝퉁 공법사’ 판친다

[불능·짝퉁 특허 난립, 왜?]

 

     

 

특정 공법 시장에서 불능ㆍ짝퉁 특허가 힘을 발휘하는 불공정 게임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특허 출원에 대한 검증과 해당 특허대로 시공됐는지를 재검증하는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특정 공법 시장을 어지럽히고, 편법으로 무임 승차하려는 불공정 기업들을 솎아내지 못하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기술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짝퉁 공법은 현행 특정 공법 시장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정부는 특허ㆍ신기술 활성화를 위해 발주기관의 특정 공법 심의를 강화하고 있다. 특정 공법 심의에서 확정된 특허ㆍ신기술은 설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발주기관과 시공사는 해당 특허ㆍ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로 협약을 맺는다. 신공법ㆍ신기술이 건설현장에 원스톱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덕분에 특정 공법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건설경제>가 지난해 발주된 추정가격 10억원 이상 공사 총 6310건을 분석한 결과, 신기술ㆍ특허 등 특정공법이 적용된 공사는 883건으로, 10건 중 1건꼴이었다. 강교를 포함한 거더교량 시장에선 약 60%가 특정공법 적용 공사다.

하지만 이는 특정 공법 심의 단계에 공법사들의 영업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낳았다. 조달청과 같은 중앙 발주기관은 이들의 영업력이 미치기 어렵지만 지역 발주기관은 상대적으로 방어벽이 헐거운 편이다. 지역 기반 영업력이 탄탄한 중소 규모 협력사들이 직접 시공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배경이다.

다음 단계는 특허 출원. 신규성, 진보성만 입증하면 되는 특허와 달리 신기술은 현장성과 안전성까지 정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신기술 대신 짝퉁 공법사들이 특허를 택한 이유다. 실제 토목ㆍ건축 분야의 특허는 10년새 급증했다. 2008년 3112건에서 2017년에는 6030건으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특허 출원이 늘면서 건설 특허 전문 변리사들만 신났다. 이들은 시공성과 무관한 불능 특허를 양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건실한 기술투자 기업들이 수년간 투자해 개발한 특허를 카피한 짝퉁 특허가 늘면서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교량업계 상위업체인 W사는 최소 4개사와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외에도 짝퉁 공법사와 기술 공법사 간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한창이다. 짝퉁 특허를 뻔히 알고도 소송을 내지 못하는 기술 공법사들도 있다. 발주처에서 소송 사실을 알면 다른 공사 수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유명한 건설특허 전문 변리사는 자신이 낸 특허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짝퉁 공법사들이 판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는 물론이고 설계사조차 특허 번호만 확인할 뿐 특허 내용대로 설계ㆍ시공됐는지 검증하지 않는다”며 “공법 심의 등에 기술 변리사를 통한 검증단계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원짜리 특허 요소로 1000원짜리 공사를 따내는 구조가 합리적인지도 논쟁거리다. 문제가 된 A사의 경우 6가지 특허 청구 내용 중 한 개를 뺀 나머지 청구 항목은 모두 삭제됐다. 유일하게 인정된 특허 청구항목마저도 실제론 시공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1000원짜리 공사를 특정 업체가 수주할 만큼 1원짜리 특허 요소가 강력한지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짝퉁 공법사들의 난립은 발주처와 시공사, 특허청 모두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발주처는 특허에 맞는 양질의 시공 품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특허청은 건설 특허의 신뢰성 추락을 감내해야 한다. 시공사는 짝퉁 공법사들의 과도한 기술 사용료 부담 외에도 시공 참여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법사를 먹여살리는 이른바 ‘수퍼 특허’가 짝퉁 공법사들의 ‘불능ㆍ짝퉁 특허’에 밀리면 더이상 기술투자를 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된다”며 “건설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발주기관이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