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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월천기사 연봉 올리자고, 내 생계 막혔었나”
작성자 한양경제연구원 작성일 2019-06-07 조회수 14

타워크레인 파업 철회했지만…“고통은 비조합원 근로자 몫”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이 48시간 만에 끝났지만 건설현장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건설사나 타워크레인 임대조합 등 사측의 피해도 문제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통이 더욱 크다.

건설 일용직 나모(59)씨는 노조끼리 맞불 집회에다 타워크레인 파업까지 겹치면서 9일째 일을 못하고 있다.

나씨의 하루 일당은 4대 보험료를 제하고 11만원 남짓. 작년만 해도 한 달에 25일가량 일했지만 올해는 보름도 일하기 어렵다. 간신히 구한 아파트 건설현장 일자리에서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 생계가 막막하다.

그는 “한 달에 1000만원을 벌어서 ‘월천 기사’로 불리는 사람들이 자기 연봉 올리자고 파업한 것이었냐”면서 “당장 내가 죽겠으니까 저 사람들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에게 날이 풀리고 더위도 심하지 않은 5∼6월은 성수기다. 이때 일하지 못하면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강남구의 한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형틀 작업반장 이모(61)씨는 “300명 가까이 일하는 현장에서 민주노총이 자기 노조원을 더 고용하라고 난리를 치며 점거 시위에 들어갔다”며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작업 일수가 줄었는데 가장 일하기 좋은 시기에 비노조원 27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조 머릿속에 ‘상생’이란 단어가 있다면 과연 이럴 수가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건설노조 총파업을 기억하는 이들은 파업이 두렵다.

24년 경력의 철근공 배모(57)씨는 “2016년에 작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대형건설사 현장에서만 일하던 기능공 중 당장 돈이 급한 이들은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고, 지방 빌라 신축현장으로까지 흘러들어갔다”며 “그런 곳에서 일하면 몸도 축나고 많이 위험한데, 노조 때문에 현장이 멈춰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현장을 찾아 떠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작업팀 단위로 계약한 기능공들은 작업장 이동이 쉽지 않다. 배씨는 “파업 중에 가장 힘든 것은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는 팀원들을 다독이며 (현장 재개만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노조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태도도 달갑지 않다.

30년 경력의 철근공 송모(64)씨는 “40대 멀쩡한 일꾼(조합원)이 60대 일꾼들 옆에서 어슬렁거린다”며 “3∼4년 전만 해도 조합원 기능공들이 일은 참 잘했는데 요즘은 현장 사진을 찍어 노동청에 신고해 갑자기 점검을 받게 만들고 있어 같이 일하기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철근공 이모(59)씨는 30여명의 기능공을 관리하는 철근반장이다. 2∼3년 전만 해도 노조 가입 기능공도 팀에 받았지만, 현재는 비조합원으로만 구성했다.

이씨는 “작업 완성도라는 것이 있으니까 10∼20분 더 일해서 마무리하려고 해도, 조합원들은 노동시간 준수를 언급하며 손을 털어버린다”며 “건설사로부터 완성도 지적을 받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꺼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 ‘배치’된 노조원들은 작업량이 아닌 일당으로 계약한다. 목표 작업량이 없으니 숙련도가 높은 기능공이라도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서울 서초구 재건축 현장 관계자는 “조합원이라도 생산성만 좋으면 임금이 높아도 고용하는 것이 시장의 논리”라며 “고용을 강제하며 불법 시위를 하는 것 자체가 현재 노조 소속 기능공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현장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의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이씨는 “일자리가 없어서 노노 갈등이 불거졌다는데, 싸움을 해서 현장에 들어왔으면 함께 작업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좋은 대책은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잘 만들겠지만, 내 짧은 생각으로는 ‘함께 좋은 성과를 내자’는 인식을 노조도 같이 해야 해결책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측이 주도권을 잃은 이번 협상으로, 조합원 고용을 주장하는 노조의 ‘떼쓰기’ 점거 시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와 산업계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은 “노조의 불법행동은 철저하게 처벌하는 동시에, 정당한 요구 행위에는 건설단체들이 직접 상대해 각 기업과 현장 근로자가 겪는 고충을 적극적으로 덜어줘야 한다”며 “건설노조 가입 근로자 10만명 시대에 도달한 만큼 노조 대응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