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따른 비용 인정 폭염대책 실효성 높여야”

2~5시 작업중지 권고에도…노동계 78% “계속 일해야”

中小 현장일수록 더 심각…“반복되는 폭염, 재난 인식 손실보전 등 근본대책 절실”

 

     
수도권의 한 건설현장에서 한낮 더위 속에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재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J씨는 폭염 경보가 내려진 13일에도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J씨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외부 작업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해진 작업량이 있어 쉴 수가 없다”면서 “건설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일을 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더워도 참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 노동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마련한 폭염 관련 대책들이 건설현장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건설현장의 옥외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공사기간 촉박하거나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한 현장에서는 작업을 강행하기도 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3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조합원 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8%는 가장 더운 오후 2∼5시에 별도의 중단없이 일을 한다고 답했고, 너무 더워 작업 중단을 요구했을 때 21.8%만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응답했다.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5%에 불과했다. 규칙적으로 휴식을 주고 있다는 응답은 23.1%였고, 시원한 물을 주지 않는다는 답변은 14.8%나 됐다.

고용부는 올해 마련한 폭염대비 노동자 건강보호대책을 통해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작업중지 권고 온도를 기존 38도에서 35도 낮추고 노동자에게 시원한 물과 그늘, 휴식 등을 제공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건설현장도 많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주택건설현장의 한 안전관리자는 “기온이 35도가 넘으면 시간에 관계없이 옥외 작업을 중지하고 있다”면서도 “작업 중지를 할지 말지는 건설현장의 사정이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그나마 1군 건설사의 아파트 현장에서는 물이나 그늘, 휴식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현장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면서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모까지 쓰고 있어 체온보다 높은 온도를 견디며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폭염에도 건설현장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로는 부족한 공사기간과 공사 중단으로 생기는 비용을 발주처가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 발생 등을 고려해 적정한 공사기간을 산정하고 작업을 중지해 생기는 간접비를 발주처에서 인정해 줘야 한다”면서 “현재는 발주처에서 간접비를 인정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계에서도 적정 공사기간과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폭염에도 계속 건설현장이 돌아가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 공공건설현장에서는 폭염 때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임금도 보전해 주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창식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팀장은 “폭염을 재난으로 인식하고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돼 생기는 손실 보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적정공사기간과 적정공사비가 없으면 목숨을 내걸고 일터로 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폭염도 법률상 재난으로 인정함에 따라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간접비 등을 보전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폭염 때 작업을 중단하고 이로 인해 공기가 연장되면 기획재정부에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국토부는 최근 새로 마련한 ‘적정 공사기간 산정기준’에 따라 폭염에 대비한 공기 책정 및 연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토부 훈령인 동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폭염으로 인한 공기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 사례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발주기관에 따라 인정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공사 현장은 폭염에 따른 공기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민간 또는 소규모 현장에서는 이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공사기간 책정에 관한 기준은 우리 부(국토부)가 관할하지만, 작업중단 등 조치는 고용부가 지침을 내리고 간접비 등 공기 연장 및 공사비는 기재부가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현장 및 근로자 안전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관계부처 및 발주자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봉승권기자skbong@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