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직영제 도입 효과 확인

외주화 논란·협력사 리스크 해소

품질 높이고 공사 속도도 빨라져

항만공사 등 다른 공종으로 확대

대림·대우 등도 벤치마킹 움직임



국내 대형 종합건설회사에서 지하철ㆍ도로 등 토목공사 대부분을 직접 시공(직영)하는 이색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과도한 외주화 논란을 벗고 원청 건설회사의 시공 능력 및 공사 품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현재 진행 중인 국내 공공토목공사 20여개 현장을 대부분 직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2공구), 신림∼봉천터널 공사(2공구), 하남선 복선전철사업(3공구), 동해선(포항∼삼척 13공구) 철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 상일동과 하남시 창우동간 7.7㎞를 잇는 하남선의 경우 전체 4개 공구 중 GS건설이 직영한 3공구만 일찌감치 공사를 끝내고 막바지 개통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공구는 GS건설이 계획 단계부터 직영 방식을 도입한 첫 현장이다. 현재 공정률은 99.9%.

이승규 GS건설 인프라국내CM팀 차장은 “하남선 3공구는 토공구조물은 100% 직영으로 시공했고, 정거장 배선 등 전기공사도 직영으로 마무리했다”며 “다른 공구는 아직도 공사 중이지만 3공구는 이미 지난해 12월 공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신림∼봉천터널 2공구는 당초 외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직영으로 돌린 경우다. 서울시 예산 배정이 들쭉날쭉해서 협력업체를 억지로 끌고 완주하기엔 서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직영 전환 후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현재 굴착을 끝내고 라이닝 타설 작업 중이다. 반면 전통적인 외주 방식으로 진행한 1공구(D건설)는 이제 공사를 시작했다.

그 동안 종합건설회사가 협력사 부도 등으로 중단된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부 직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직영 시스템을 도입해 공사를 마무리한 사례는 ‘종합-전문’ 체제 도입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 차장은 “7∼8년 전부터 협력사의 부도ㆍ파산이 늘면서 대위변제 부담이 커졌고, 이로 인한 공기 지연, 간접비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영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직영 체제 도입은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직영으로 일부 비용이 늘었지만 공사기간(工期)을 맞춰 간접비 누수를 줄이면서 전체 비용이 줄었다. 종합심사낙찰제 등에서 요구하는 원청사의 직접시공 의무비율(10∼50%)을 훌쩍 초과달성하고, 시공능력평가에서 실적가산까지 받고 있다.

GS건설은 공공토목 현장의 직영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됐다고 보고 이를 건축 등 타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터널, 토목구조물에 이어 항만 공사(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배후단지 3공구)에도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하남선 3공구 현장을 다녀가는 등 벤치마킹을 검토 중이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