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시장 좀먹는 ‘짝퉁공법’ 활개



국내 건설 기초분야 1위 이엑스티

“유사 PF공법으로 공사 수주” 소송

대형사들도 잇단 ‘특허 침해’ 호소

“제도ㆍ정책, 하도급 보호에만 쏠려

건설한 기술기업 역차별ㆍ역피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 협력사에 의한 ‘거꾸로’ 기술탈취 행위가 늘어나면서 피해기업들이 칼을 빼들었다.

인기 특허나 신기술을 그대로 본떠 독자기술처럼 포장한 뒤 가격을 후려쳐 물량을 독식하는 ‘짝퉁 공법’ 협력사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건설 기초분야 1위 기업인 이엑스티㈜는 중저층용 기초보강 기술인 ‘PF(Point Foundation)공법’을 모방해 영업 중인 협력업체 A사를 상대로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권 및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엑스티와 협약을 맺고 2014년부터 PF공법을 시공해 온 A사는 지난해 말부터 일방적인 협약 해지 후 유사 PF공법을 앞세워 여러 건의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PF공법은 땅에 파일(Pile)을 박지 않고도 7층 내외 아파트와 물류창고, 공장 등 중저층 구조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건설신기술 활용실적 2위(274억원, 49건)에 오를 만큼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A사 외에도 PF 짝퉁공법으로 영업 중인 업체가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엑스티 관계자는 “짝퉁 공법사와 같은 불공정 기업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하면 어렵게 쌓아올린 건설기술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시간ㆍ비용이 들더라도 공정 경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대형 종합건설사도 짝퉁 공법사들의 횡포에 신음하고 있다. ‘빅5’ 건설사인 B사는 30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지반개량 공법에 재료를 공급한 C사가 모방공법으로 공격적 영업을 진행하면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B사는 C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했다가 철회했다.

짝퉁 공법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전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교량 기술업체인 D사는 업계에서 ‘소송 선수’로 불릴 만큼 경쟁사와 특허소송이 잦다. 소송 분야도 거더, 가설교량, 흙막이 등으로 다양하다. 이 회사는 한때 6∼7개사와 한꺼번에 소송전을 벌일 만큼 특허침해 관련 다툼이 많았다. D사 관계자는 “발주처와 원청사가 뻔히 알면서도 더 싸다는 이유로 짝퉁공법을 쓰고 있다”며 “짝퉁공법이 잘 팔릴수록 신기술은 사라지고 그 피해는 원천기술 개발사는 물론 발주처에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협력사나 하도급사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건실한 기술업체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3배에서 10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그 반대 방향의 피해기업에 대해선 모른 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