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파헤치다 <상> 신뢰성 떨어지는 통신사 정보



정부가 200억원이 넘는 재원을 들여 싱크홀(지반침하) 등 지하공간 사고를 막기 위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5년째 벌이고 있다. 지하 사고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단편적 시설물 관리만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그래서 5개 부처, 14개 법령, 4개 시스템으로 분산된 15종의 지하 시설물을 한곳에 모아 3차원(3D) 정보로 만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2014년 69건이던 지반침하 사건은 2016년 255건, 2018년 338건으로 급증세다. 그 사이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마저 5년 늦어졌다. 지하공간 통합지도 사업의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첨단 5세대 이동통신(5G) 이용자 1000만 시대를 앞뒀지만 이를 운용할 통신3사가 만든 땅속지도는 4개 중 1개꼴로 엉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미줄처럼 얽힌 통신ㆍ상하수ㆍ전력선 등 지하 시설물을 한눈에 보기 위한 정부의 통합지도 제작사업이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통신사들의 매설정보 오류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런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수 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9일 국토교통부의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 시설물별 데이터 신뢰성 자료(2018년 말 기준)’를 보면 전체 지하 통신관 11만3594㎞ 중 평균 25.4%가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관이 묻힌 깊이가 부정확한 ‘심도 오류’가 40.1%로 가장 많고, 도로와 통신선이 겹치는지(도로 중첩 오류 25.6%)와 건물과 통신선이 겹치는지(건물 중첩 오류 10.6%)의 정확도도 낮다. 평균 오류율이 11∼26%로 가스관(17.8%), 열수송관(20.0%), 상수관(21.2%)을 능가한다.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은 2014년 서울 송파 등에서 잇따른 싱크홀(지반침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15종의 지하정보를 한 데 모아 3차원(3D) 지도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당초 올해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예산배정 지연에, 매설정보 신뢰도마저 떨어지면서 완료 시점이 5년 후인 2024년으로 미뤄졌다.

통신관은 하수관(11만9873㎞)ㆍ상수관(11만9605㎞)에 이어 세번째로 매립 길이가 길다. 통신3사별로 보면 KT가 전체의 66.3%(7만5318㎞)다. SK텔레콤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합쳐 18.5%(2만940㎞), LG유플러스 15.3%(1만7336㎞)다. 지하매설 통신관 오류의 상당수가 KT의 책임인 셈이다.

흙으로 덮인 지하 구조물은 일반측량만으로 위치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 지하레이더(GPR), 전자유도탐사기법 등 특수장비로 측량한 후 보완 검토 등을 거쳐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자장 간섭, 고심도 등으로 인해 탐지가 불가능한 경우가 잦다. 국토부는 지하정보 오류와 관련, 통신3사 등에 자료 재검토와 수정을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 미협조 관리기관에 대한 과태료 등 조항이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에 지하공간 통합지도 정확도 개선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국회에 신청했다.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통신사 등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지하정보 관리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세금으로 메우는 셈이다. 그러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사 등에 지하정보의 정확도 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지하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관석 의원실 관계자는 “지하 시설물 깊이값이 조금만 틀려도 지하공사 과정에서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관리기관이 지하공간 정보의 정확도 개선과 이를 위한 자금ㆍ기술지원 관련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