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추진 사업 관리ㆍ감독 관여

민투법 2000억 미만땐 자율인데

중투심 내세워 300억 이상 ‘통제’

LIMAC 심사도 중복성 절차 지적

기재부마저 ‘정책 역행’ 개선 요구

 

 

행정안전부가 주요 정책 기조로 자리잡은 ‘민간투자사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민간투자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 지방재정법 등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사실상 관리ㆍ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투자업계와 지자체들은 행안부의 관리ㆍ감독 범위가 민간투자사업을 총괄 담당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12일 민간투자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심)’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라는 기구를 통해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민간투자사업에 올 하반기부터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7월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및 타당성조사 매뉴얼’ 개정을 본격화됐다.

세부적으로 현재 지자체들은 추진 민간투자사업 중 300억원 이상 규모에 대해 중투심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적정성 검토 차원이라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지만, 지자체들은 이 심사를 ‘또 다른 규제’로 판단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2000억원 미만 사업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민투법이 보장한 내용이다. 하지만 행안부가 민투법을 무시하고, 중투심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어 사업 지연 등 각종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2000억원 미만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민투법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굳이 왜 행안부가 나서 이를 통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2000억원 미만 민간투자사업은 주차장과 환경시설 등 대부분 생활형 SOC(사회기반시설)이다. 생활형 SOC는 현재 기획재정부의 사업관리 등을 통해 관리ㆍ감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소규모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중투심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투심 심사 대상 기준은 민투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으며, 지방재정 투명성 강화 등에서 중투심은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투법이 지정한 전문기관의 민간제안검토를 받은 지자체 추진 사업에 대해서는 LIMAC의 타당성조사를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행안부는 현재 민투법이 규정한 전문기관의 검토를 받아도 심사 대상이면 LIMAC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구조도 중복 절차라는 게 업계와 지자체의 지적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정하는 전문기관의 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행안부는 고시를 통해 LIMAC만 전문기관으로 지정한 상태다. 500억원 이상 신규사업은 모두 LIMAC의 심사를 꼭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제안검토 기준이 타당성조사 기준보다 더 엄격해 민간제안검토를 통과하면 타당성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행안부의 낮은 이해로 지자체와 사업자들은 현재 중복 심사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기획재정부도 민간투자시장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판단, 행안부에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만간 LIMAC 타당성조사 대상 조정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영기자 hinews@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