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네 번 개정…계약업무처리지침·민간공사 공기연장 등 반영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국토부, 건설현장 운영 가이드라인

환경 따라 두 달새 4차례 개정 속

휴업수당, 근거·책임·절차 불명확

계약기간 연장·금액 조정도 모호

향후 노-사, 민-관 사이 갈등 소지

실효성 낮은 '생색내기용'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코로나19 건설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이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 달 만에 네 번이나 개정되면서 급변하는 환경을 신속하게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내용이 개략적이고 모호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건설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제5판)’을 내놨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직원 또는 근로자의 출근을 금지하도록 하고, 해외 여행력이 있으면 2주간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업무배제 대상 직원에 휴가 등을 부여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했다.

특히, 입원·격리되지 않더라도 사업주 자체 판단으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를 출근시키지 않은 경우 또는 그 밖의 이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업주가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근로자의 휴가 신청이 없지만, 자체 판단으로 휴업할 때는 휴업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 수당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적으로 휴업할 때는 휴업수당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선 휴업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휴업하는 현장에 대해 휴업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휴업수당 지급 근거와 책임, 절차 등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탓에 건설업계는 난감한 처지다. 휴업수당을 놓고 노동계와 건설업계 간 분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가이드라인 4판에서는 민간공사에 대한 공사기간 연장,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면제 등을 업데이트했다.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 대응상황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상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사태로 인해 계약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로 보고, 계약기간 연장,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부과 금지 등을 추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공사 정지기간이 길지 않거나 그 기간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중단 기간 중 인력 재배치, 장비임차계약 일시 해제, 납품자재 반환 등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관련 비용을 놓고 발주자와 건설사가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 3판은 기획재정부의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공공공사 일시 중지, 계약기간·계약금액 조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의 소독·방역을 위한 공사중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력수급 불안에 따른 노임 상승, 장비 임차여건 악화, 특정자재 가격 급등, 발주자의 업무 전가 등 예측가능한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가이드라인이 애매하고, 간접적”이라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