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신규사업 중 1곳만 추진…경제성 낮아 예타 문턱 못넘어

지역 인프라 구축 늦어 수도권 집값 상승 부채질

 

올해로 종료되는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지역균형발전 고속도로 신규사업 8곳 가운데 실제 사업이 시작된 사업은 고작 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지역의 인프라 건설은 그동안 뒷전에 밀려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지역균형발전 고속도로는 776.9㎞다. 이 가운데 353.7㎞가 아직 미착수 상태다.

지역균형발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강원과 경북, 전남 등 저개발 지역의 고속도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1차 계획에는 총 13개 노선이 반영돼 있다. 이 중 5개 노선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계속 사업이며, 8개 노선이 신규 사업이다.

신규 사업 가운데 사업비 8698억원이 투입되는 성주∼대구 고속도로(25㎞)와 8262억원 규모의 공주∼청주 고속도로(20.1㎞), 1조1649억원 규모의 제천∼영월(30.8㎞) 고속도로가 중점 추진 도로로 반영됐다.

강진∼완도(37.5㎞)와 영덕∼삼척(117.9㎞), 무주∼성주(60.2㎞), 영월∼태백(49.7㎞), 태백∼삼척(42.6㎞)은 추가 검토 사업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신규 노선 8개 가운데 사업이 시작된 노선은 공주∼청주가 유일하다. 이 도로는 공주와 세종, 청주를 연결하게 된다. 지난해 세종∼청주 고속도로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되면서 사업 일부가 시작됐다.

결국 신규 노선 대부분은 1차 계획 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사실상 답보 상태인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고속도로 추진이 사실상 전무한 이유는 낮은 경제성 탓에 예타를 통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예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예타에서 경제성 분석(B/C)이 1 미만으로 나오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최근 비수도권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예타에서 지역균형발전 등의 가중치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지역 프로젝트에 대한 예타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 고속도로는 경제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고속도로 노선이지만 낮은 경제성 탓에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타 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인프라 사업이 정작 낮은 경제성 탓에 좌절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리는 현상은 경제성 문제로 지역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는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폭등도 결국은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문제다. 수도권 인구는 2017년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했고, 올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는 말 그대로 예비 조사일 뿐인데 현실에서는 사업 추진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예타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는 만큼 인프라 사업 추진 절차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