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집회ㆍ시위 2016년 2598건서 작년 1만2553건으로 5배 급증

 노사정 갈등해소센터 출범후 1년2개월 신고접수 제로(0)

별도 조직 없어 갈등해결 예방 등 실질적 역할 기대난망

갈등의 주범은 부족한 일자리...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지난해 건설현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손을 맞잡고 대책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쌓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집회·시위가 1년 동안 1만2000여 건에 달했다는 통계가 이를 뚜렷히 보여준다. 노사정 협의의 산물인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해소센터’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노노갈등 등으로 인한 현장 및 업계의 속앓이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 집회ㆍ시위는 지난 2016년 2598건에서 지난해 1만2553건으로 5배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자리 등 건설현장의 이권다툼을 하듯, 노조끼리의 갈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건설현장이 극심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건설 현장의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고 갈등을 풀겠다며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해소센터(이하 갈등해소센터)에는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운영에 들어간 센터에는 1년2개월이 지나도록, 단 1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 의원은 “건설현장의 갈등은 크게 늘고 있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며 “건설산업 발전과 노사 상생을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추가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등해소센터는 국토교통부와 건설단체, 양대 노총 등 5개의 주체가 건설업계 불공정 관행, 노사분쟁 신고 접수를 위해 출범한 기구다.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4곳에 각각 설치됐다.

그러나 각 센터들은 별도의 기구로서 설치된 것이 아닌, 기존의 조직이 다른 업무 등과 겸업을 해야하는 형태여서 특정 사안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각 협회 기술안전실 등 기존 부서가 갈등해소센터 역할을 맡고 있어 실질적으로 노사문제나 노노갈등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센터가 지난해 정부와 노사간 합의의 성과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사태해결이나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육길수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한국노총의 기존 조직으로 전국 노조 지부 소속 노동자들의 민원성 문의가 오고 있지만, 갈등해소센터에 신고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센터가 작년 출범했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도 없었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노동자가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 노사정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노사정 간담회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원활한 개최도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주관으로 분기별 간담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난해의 경우 조직 운영에 관한 회의가 주를 이뤘다. 주 목적인 노사관계 개선에 관한 논의는 아직 미비한 상태”라며 “올해 7월 마지막 간담회 개최 이후 다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물론 이해당사자인 양대 노총도 노사ㆍ노노 분쟁 해결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건설노동계의 대표적 갈등은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에서 기인한다”면서 “이같은 건설산업 구조적 문제점은 양대 노총의 화해, 외국인력 기준 강화 등 보다 직접적인 대책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