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이재현 기자]   2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옵티머스ㆍ라임자산운용 부실펀드 사기와 관련, ‘전관’(前官ㆍ전직관료)이 논란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청장 등 전직 고위 관료들이 대(對)정부 로비 창구로 움직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부처의 퇴직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전 직장을 상대로 힘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민원해결사’ 전관 문제를 이참에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옵티머스 고문으로 활동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채 전 총장이 지난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옵티머스 측이 추진하던 경기도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 관련 문의를 했다”면서 이 지사의 연관여부를 캐물었다. 채 전 총장이 옵티머스 펀드부실을 메우기 위한 과정에서 ‘해결사’로 활동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옵티머스 고문으로 활동한 이헌재 전 부총리도 지난 6월 펀드부실 사건이 터지기 직전, 대규모 인프라펀드 조성계획을 옵티머스 측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부실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펀드를 만들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옵티머스 사기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든 비리사건 때마다 등장한 전관 문제가 이번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수십년간 이어진 전관 관련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탓에 또 한번 사회적 병폐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전관 논란은 올해 국감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수출입은행,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식약처 등 인허가권한을 쥔 정부기관들에서 일제히 전관 문제가 불거졌다. 수출입은행 퇴직자 3명은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제주항공 등 수은이 수조원의 자금을 빌려준 기업에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퇴직공무원들도 억대 연봉을 받는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반복되는 전관 논란에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있지만, 최근 5년간 재취업 심사에서 83%가 취업승인을 받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이른바 3맥(학맥ㆍ인맥ㆍ혈맥)에 이어 이제는 관맥 전성시대”라며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관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현기자 ljh@

 

<e대한경제-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