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 토목학회장, 시장 선도산업 전환 등 6대 과제 제시

     

“건설산업은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새로운 길로 들어서야 할 정도로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김홍택 대한토목학회장(홍익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ㆍ사진)이 양질의 건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산업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목ㆍ건축학과 평균 취업률이 50%대에 머물고, 청년들이 직업으로서 건설을 기피하는 상황에서는 건설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일감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창출형’ 글로벌 인재그룹을 키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29일 건설산업비전포럼(공동대표 한찬건ㆍ이현수ㆍ이상호)이 주최한 정책세미나 ‘건설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 정부와 산업계, 기술자들의 혁신 방향에 대해 격정을 토로했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최대 학술단체를 이끄는 토목학회장의 기조연설은 매우 이례적이다. 학회 관계자는 “대학 강단에서 본 건설 일자리와 건설산업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의 건설산업 생태계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이나 새로운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우리 건설은 전통적으로 건설공사, 즉 시공에 강하고 도급공사에 강점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면서 “전통적인 생산기술에 매몰돼선 기술 인력의 일자리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런 건설생산 방식의 변화에는 산업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시장을 선도하는 산업으로의 전환 △미래 비전ㆍ목표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산업 △수요자인 국민을 위한 산업으로의 전환 △정책ㆍ제도의 혁신 △청년 인력의 직업 로드맵 구축과 교육체계 마련 △산업 참여자로서 개인의 역할 재정립 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김 회장은 “신기술은 언제나 법과 제도를 앞서 가고, 법과 제도는 속성상 언제나 기술과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면서 “건설공사 중심의 건설산업기본법을 건설비즈니스 중심으로 바꾸고, 기술의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쪽으로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으로 건설산업을 이끌 미래 건설인들에 대한 ‘직업 로드맵’ 제시도 당부했다. 그는 “기술자가 생애 동안 걸어갈 수 있는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며 “건설 청년들은 앞길이 보이지 않아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에 대한 가치를 건설인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김 회장은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건설인을 마술가 집단이라고 불렀다”면서 “새로운 기술은 생활의 일부를 바꿀 수 있지만, 건설은 세상을 바꾼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건설은 연간 10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시장에서 무한한 일감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한 산업”이라며 “우리 청년과 후대에 일자리를 무한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올해 1월부터 토목학회장을 맡아 학계ㆍ산업계의 혁신을 주창하고 있다.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의 아버지이자, 국내 1위 ‘장수 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제조협회 전 회장으로도 유명하지만, 학계에선 지반 분야를 대표하는 권위자이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