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해 원칙 강화...글로벌 수준의 기준 수립 노력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안전정책 강화에 건설기업들이 안전업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기준에 맞추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수준의 자발적 기준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안전보다 작업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현장 풍토와 정부의 면피성 안전대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이해 전국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돈보다 안전, 생명에 우선하는 이익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마침표를 찍는 발언이다.

건설업계도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장이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11년 경력의 한 건설안전기사는 “세월호 참사 전만 해도 현장에서 안전관리비는 현장경비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인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며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현장에서는 무조건 ‘안전 먼저’라는 인식이 심어졌고 안전 담당자의 지적을 현장소장들이 경청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전했다.

기업 임원진은 세월호 이후 사회의 안전 민감도가 올라가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안전경영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임원은 “세월호 이후 무재해 원칙이 굉장히 강화됐다”며 “과거에는 정부가 세운 기준을 맞추는 정도로 현장을 관리했다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안전관리 기준을 세워 글로벌 기준을 선도한다는 분위기로 안전관리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장 관리 강화는 건설현장의 사망자 수 감소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업계의 자발적 변화가 성과를 보이며 세월호 사고 이후 4년 만에 건설업 사망자 수는 4% 줄었고, 올해 2월까지 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7% 감소했다.

건설업 사망자 수가 감소추세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건설업이 전체 산업 사망자 수의 52%(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 사망 사고자 1명이 발생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이후 현장 관리수준을 상당히 강화했음에도 아직 안전보다 ‘작업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관리와 근로자 인식 사이의 간극이 사망ㆍ재해자 수의 급격한 감소를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도 ‘안전’ 이슈 앞에서는 예전보다 목소리를 낮추는 편이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건축물 안전 규제강화 관련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는데 협회들의 의견서를 받아보면 과거와 달리 ‘절대 반대’라는 식의 이견 제기가 없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이슈 앞에서 이익을 앞세우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안전대책이 여전히 면피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 최우선’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소요를 의식해 적당한 수준의 기준 강화로 그치는 일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최우선을 내세워 전면 개정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다. 시특법 대상에는 정작 학교 건물이 포함되지 않는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학교 건물의 관리체계가 분산되다 보니 학교 건물 전체에 대한 노후화나 성능검사, 성능 향상을 위한 총체적 계획이 부재하고, 시특법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 30년 이상 노후학교 비율은 34%에 육박하고, 학교 석면 제거공사는 23%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특법에 의한 정밀안전진단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 시행된 시특법의 정밀안전진단 책임기술자의 자격은 특급기술자와 건축사다. 건축구조기술사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건설 유관 경력만 있다면 구조안전 진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용섭 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술인력이 모자라면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안전문제에서는 타협점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내진성능 조사도 목표 연도를 정해놓고 서둘러 하려다 보니 전문가도 아닌 이들에게 안전진단을 맡기는 모양새인데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