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구원투수’ 등판 서둘러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로 역성장 쇼크에 빠진 가운데 24조원을 투입하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형 프로젝트의 ‘구원투수’ 역할이 주목된다. 문제는 등판 시기인데, 현재 추진 속도라면 2020년 말에야 착공이 시작될 수 있어 경제성장 견인효과는 현 정부 말이나 차기 정부에서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KDI 공공투자관리센터(피맥ㆍPIMAC)는 현재 기재부가 의뢰한 19개 예타 면제사업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예타 면제사업 23개 가운데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R&D) 등 4개 사업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EP)에서 적정성 검토를 하고 있다.

예타가 면제됐다고 해서 즉시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기재부가 주관하는 ‘사업 진행을 전제로 한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는 사업비 적정성, 재원 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정부의 지난 1월 예타 면제사업 발표 즉시 적정성 검토에 돌입했어도 7월에야 검토가 끝나게 된다. 다만, 기재부는 상반기에 적정성 검토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적정성 검토가 끝나면 각 지자체는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기본계획에서는 적정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비와 기간, 노선 등을 확정하게 된다.

기본계획 수립에는 평균 1년가량이 걸린다.

이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입찰방식을 결정해 공사를 발주하게 된다.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로 발주하면 기본계획 이후 본격적인 사업 진행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적정성 검토기간 6개월, 기본계획 1년, 이후 설계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말 이후에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성장률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예타 면제사업이 당장 힘을 보태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정부 역시 지난 1월 예타 면제사업을 발표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는 설계비만 투입하고, 본격적인 착공예산은 2020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본격적인 착공이 2021년 이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예타 면제 대규모 프로젝트 착공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는 이르면 문재인 정부 4년차 후반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 내년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가도 문재인 정부 정권 말기에 돌입하게 된다”며 “경제적 효과는 차기 정부가 고스란히 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경제성장률에 되도록 빨리 반영될 수 있도록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에 예타 면제사업 관련 예산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사업 속도에 대한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 될 전망이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타 면제사업이 10년에 걸쳐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소요되는 국비는 1조9000억원 정도”라며 “전체 건설투자 규모가 250조원가량으로 예타 면제사업이 매년 건설투자에 수치상 반영되는 것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3∼4년 건설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매년 건설투자가 1%가량 증가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재현기자 lj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