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일자리 미스매치 심각…정부 건설외국인력 일부 확대하기도

 

국내 노동계 반발 불가피…정부, 내국인 일자리 악영향에 신중

 

#. 한 대형건설사가 1500가구가량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근로자는 500여명. 이 현장 골조공사에 투입된 근로자의 절반이 외국인력이었다. 특히 거푸집의 일종인 알폼 설치와 해체 과정에서는 작업자 전체가 외국인이었다. 이 현장 관계자는 “알폼 설치 작업자들은 전부 불법체류 근로자”라면서 “내국인은 힘들고 무더운 공간에서 일하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내국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외국인력 활용 폭을 늘려달라는 건설업계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건설현장으로 유입되는 내국인력이 줄면서 건설현장 인력 수요와 공급 사이의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현장 인력 수요는 151만9374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내국인력 공급 규모는 138만8800명. 13만명 정도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 인력 부족은 대부분 건설현장의 고민이다.

수도권에서 2000가구 규모 아파트 건설공사를 하는 A사 관계자는 “1000명 정도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30% 정도는 외국인이다. 남은 공종을 감안하면 외국인력 비중은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노동강도가 센 곳에는 국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을 채울 외국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건설업에서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력 규모는 8만명가량이어서 모자라는 13만명을 채우기에는 벅차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는 최근 합법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력 규모를 다소 늘렸다. 고용노동부는 5만5000명 수준이던 건설업 방문취업(H-2) 비자 규모를 최근 6만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여전한 인력난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합법 외국인력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설현장 합법적 외국인력 활용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합법적 외국인력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건설사 면담에서 노동력이 부족한 공사에 투입될 수 있도록 건설업에 배정되는 외국인력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외국인력 활용조건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도 많다.

고영민 원영건업 부장은 “대부분의 전문건설사가 불법 외국인 고용으로 외국인 고용 제한조치를 받았다”면서 “내국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 3년간 고용을 제한하면 3년간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국인력 확대는 내국인력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노동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노동계는 최근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 사이에 대립이 빈번한 이유가 결국은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며, 외국인력을 더 도입하자는 것은 내국인 일자리를 더 줄이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노조 내에 형틀목공 분야에 일하는 조합원의 실업률이 15% 가까이 된다”면서 “노조에 가입된 사람도 이런데 새벽 인력시장에서 건설 일자리를 찾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력을 확대하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내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인력의 급격한 확대에 부정적이다.

나예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담당관은 “최근 일부 건설공종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하지만 건설 전체로 보면 인력이 모자란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건설현장에서 불법 외국인력이 차지하는 일자리가 내국인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외국인력 도입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내 인력으로는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한 공종과 실제 부족한 인원 수준을 먼저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무턱대고 외국인력을 늘려서는 안 되며 확보할 수 있는 내국인력 수요를 고려해 합법적 외국인력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면서 “건설현장에 일정 수준의 외국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인 만큼 내국인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불법 외국인력 고용을 근절하는 것을 전제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