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이재현ㆍ주영민기자]   결국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이 확정ㆍ발표된 지 4년5개월 만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영 일색이다.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당도 몸을 사리는 눈치다.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PK(부산ㆍ경남)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대로 들썩이지만 TK(대구ㆍ경북)의 반발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번 결정은 매표(買票)정치의 시작이다. 내년 4ㆍ7 재보궐 선거, 내후년 3월 대통령 선거까지 표(票)만 된다면 경제성ㆍ타당성을 따지지 않는 ‘득표 정치’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관련기사 3면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 추진과 관련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검증위의 결론은 예고된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 산을 깎는 문제를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전형적인 매표정치다. 선거철만 되면 득표의 유ㆍ불리만을 따져 선심성 공약을 내거는 저급한 정치행태가 다시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당장 여당은 이날 검증위 의견에 대해 쌍수를 들어 반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맞춰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에 힘을 싣기로 했다. 내년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관련 특별법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대정부 공세에 나서야 할 야당도 잠잠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경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몸사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표정치는 차기 대선이 예정된 내후년 3월까지 게속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다음번 매표 수단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8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100여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언급한 이후 여야와 지방자치단체마다 물밑 유치경쟁이 뜨겁다.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매표정치도 다시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상법개정안 등 기업을 겨냥한 법안 만들기에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현ㆍ주영민기자 ljh@

〈e대한경제-200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