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 례세없는 부동산 ‘징벌적 과세’


정부 ‘부동산=투기’ 프레임 갇혀

실거주자도 시세 오르면 稅 급증

美ㆍ싱가포르 1주택 종부세 ‘제로’

 

[e대한경제=이재현 기자]“세금 때문에 못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산세ㆍ취득세ㆍ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은 모조리 올랐다. 세금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반영률도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작년보다 배 이상 오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는 장작불에 끼얹은‘기름’과도 같다. 세금폭탄이란 불만이 커지는데, 한쪽에선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 더 내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다.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게 현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관련기사 3면

26일 정부자료와 국토연구원 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린 나라로 파악됐다. 그것도 불과 2년이란 초단기간에 부동산세금을 올린 유일한 나라다.

주요국 보유세제를 보면 정밀 과세를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다. 세금 부담을 높이되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출구도 열어두는 식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2018년 집값 급등기에 다주택자의 취득세를 높였지만 양도세는 올리지 않았다. 영국은 2014년 고가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높였지만 1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올리지 않았다. 미국은 보유세(재산세)를 시세가 아닌 최초 취득가를 기준으로 부과한다. 학교 등 인프라 구축으로 주택가치가 오르면, 이를 반영해 종전 재산세의 최대 2%까지만 세금을 더 부과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주거환경 개선 등 정부 노력과 무관하게 오로지 집값이 세금부과의 유일한 기준이다. 게다가 세금을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 수단으로 공공연하게 활용한다. 실제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세금 중 오르지 않은 세금이 없다. 정부는 지난 7ㆍ10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ㆍ양도소득세 세율을 일제히 올렸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렸으며 종부세 최고세율도 6%로 상향 조정했다. 양도세 기본세율에 추가되는 중과세율도 10%포인트 높였다. 공시가격도 매년 가파르게 올린다. 집을 사도, 거주해도, 팔아도 세금 폭탄이 부과되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피해자가 속출한다. 서울 강북지역 1주택자도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2배가 넘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고 싶어도 세금이 무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부동산=투기의 장(場)’이란 정부 인식 변화와 보유세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조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종부세를 시세에 연동하는 대신 교통, 문화 등 인프라와 연동해 과세해야 한다”며 “1주택자 종부세를 낮추고 초고가 주택에만 중과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현기자 ljh@

〈e대한경제-202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