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간 일자리 다툼에 둔촌주공 재건축현장 ‘폭풍전야’


 

전국 조직망 동원해 안전수칙 위반 등 건설사 약점잡기 나서

외국인ㆍ비노조원 압박 및 공사방해 등 불법도 서슴치 않아

 

일자리 다툼을 벌이는 노조단체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협의과정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지분을 챙기기 위해 전국단위 조직을 동원해 안전수칙 위반 등 시공사의 약점잡기에 나서는 등 온갖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나 비노조원 등을 몰아내려 한다거나 정상적인 공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현장에서는 최근 타워크레인 조종사 일감을 확보하려는 노조의 압박과 갈등으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초 터파기를 마무리하고 골조공사를 앞둔 이 현장은 총 1만2000여 가구 규모의 초대형 재건축사업장으로, 타워크레인만 52개가 동원된다. 노조단체 입장에서는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규모다.

이에 시공사와 타워크레인임대업체,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타워크레인분과(민노)와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한노) 등은 작년 하반기 타워크레인 조종사 일감 배분 문제를 두고 협의한 바 있다.

그러나 소위 ‘한노2’로 불리는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타워크레인분과가 일감 배분에서 배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한노2가 새 일감을 요구하면서 협의는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민노와 한노는 이에 질세라 기존보다 더 많은 지분 챙기겠다며 맞서는 실정이다.

노조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전국 동원망을 총동원해 시공사의 약점잡기도 서슴치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해당 시공사의 현장들을 뒤져 안전수칙 위반사례나 환경관리상 문제점 등을 찾아내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행태다.

이에 둔촌주공 시공에 참여하는 A건설사는 최근 전국 현장소장에 긴급하게 지침을 내려, 안전수칙 준수 등 현장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타워크레인업체가 채용하기 때문에 시공사나 건설노조가 이를 두고 협의할 이유도 없고, 시공사가 특정 기사를 채용하라고 하는 것도 불법"이라면서도 "노조단체들이 압력을 행사하고 갈등을 빚으면, 공사진행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노조단체는 현장을 압박하고 나서면, 모든 시공참여자가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각 노조단체들은 외국인근로자 등 비노조원을 쫓아내려 한다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비단 둔촌주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일대는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은 모두 노조단체의 타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일선 현장과 업계, 전문가들은 공사지연이나, 품질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하는 노조단체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책과 관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용기자 hyong@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