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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 좀 할만하면 교체”…공공기관 ‘순환보직의 덫’
작성자 한양경제연구원 작성일 2021-02-26 조회수 686

공무원 4000명,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 전문성 저해 1순위 꼽아




 GH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사업

 국내 최초 ‘중고층 모듈러’ 공법

 고비마다 업무 담당자 바뀌면서

 설명회부터 공고까지 6개월 소요

 LHㆍ국토부 등도 악순환 이어져

 공무원 설문조사에서도 문제 지적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업 담당자는 지난 1년 간 모두 4번 교체됐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GH 본사 전경. 



 “사업 담당자가 벌써 4번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리셋(Resetㆍ초기화)이 반복됩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업 담당자는 지난 1년간 모두 4번 교체됐다. 이 사업은 국내 공공ㆍ민간을 통틀어 최초로 13층 이상 중고층 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프로젝트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사업 참여를 검토할 만큼 초반엔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박한 공사비와 사업자 선정기준 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면서 사업 설명회부터 실제 사업공고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인 데다, 모듈러 주택에 처음 적용되는 발주방식(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이라 사전에 조율할 내용이 많은 탓으로만 생각했다.

 문제는 중요한 고비마다 기계적인 ‘순환 보직’으로 업무 담당자가 바뀌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애초 이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A사 관계자는 “사업의 중요도에 비해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GH의 사업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인수인계 끝나면 다시 새 보직을 받고 떠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업은 한 차례 유찰 후 재공고를 거쳐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지연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도 불똥이 튀었다. SH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옛 시장부지 주차장(3708㎡)에 지하 3층∼지상 12층짜리 총 246가구 규모의 청년임대주택 건설사업을 모듈러 공법으로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GH의 민간참여 공공주택 발주방식을 참고해 세부 방안을 정하려다보니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덩달아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

 공공주택 최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모듈러 등 새로운 사업방식을 주도해왔던 미래건축부문의 담당자들이 조직개편과 순환보직으로 1년도 채 안 돼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LH 관계자는 “진득하게 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는 것이 승진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순환보직을 따라 철새처럼 옮겨다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순환보직의 함정’에 빠져 있다.

 국토부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아파트 건설 후 사용허가를 받기 전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제도다. 전문가들과 건설기업들은 고강도 규제인 사후 확인제를 도입하기 전에 탈 많은 사전 인정제도(인정바닥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토부 역시 사후 확인제 도입과 함께 사전 인정제도의 개편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 과장과 사무관이 모두 교체되면서 사전 인정제도 개편은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C사 관계자는 “새로 온 담당자는 전임자와 산업계의 논의과정보다 선명성 있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선호한다”면서 “간편한 규제만 예정대로 시행하고, 정작 보완이 필요한 기존 제도의 개선은 나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순환보직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0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의 일반직 공무원 각각 2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이 전문성 향상 저해요인 1순위로 나타났다. 최혜민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2030세대는 윗세대에 비해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공적가치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런 20대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을 전문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기자 kth@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