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제거 어떻게

정부가 28일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하이라이트는 ‘업역 칸막이’ 제거다.

업역 칸막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규제로, 지난 1976년 전문건설업 도입 이후 40년이 넘도록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업역 칸막이가 건설산업 생산구조를 경직시키고, 건설업체 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칸막이를 없애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업역 칸막이가 곧 건설시장 구성원들 각자의 ‘밥그릇’ 역할을 하다 보니 칸막이 제거 시도는 결국 첨예한 이해관계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정부가 이번에 업역 칸막이 제거에 칼을 빼든 것은 이런 칸막이식 생산구조로는 도저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칸막이로 인한 시공자격 제한으로 종합건설업체는 직접시공을 기피하고 있고, 전문건설업체는 종합건설업체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정부는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서로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종합·전문 간 업역을 폐지하기로 하고, 다양한 대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오는 9월 발표하는 ‘건설산업 혁신 로드맵’에 담기로 했다.

칸막이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없앨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정부는 업역을 전면 폐지하거나 4억∼100억원 등 일부 공사에 대해 우선 폐지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업역을 폐지하되 10억원 이하 등 소규모 공사에 대해선 존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종합 5종, 전문 29종으로 구성된 업종 체계는 업역 개편과 연계해 손질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 업종 간 분쟁방지, 시공기술의 융복합 추이 등을 감안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종을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부 업종을 없애는 대신 건설업 1개 업종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종합·전문 구분만 폐지하고 현행 업종 체계를 유지하는 안, 종합 세분화와 전문 통합을 통해 10개 내외 업종으로 대분류하는 안, 전문 중심으로 업종을 세분화하고선 대형공사를 원도급 받을 수 있는 별도 자격요건을 신설하는 안, 건설업 1개 업종으로 관리하되 시공실적만 공종별로 관리하는 안을 업종 개편의 예로 들었다.

건설업 등록기준도 정비 대상이다.

정부는 자본금 요건을 낮추는 대신 기술자 보유 요건에서 경력기준을 추가해 건설업 등록기준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실제 일본은 자본금 요건이 5000만원, 미국 캘리포니아는 800만원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2억∼1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자본금 요건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 난립으로 인한 근로자 임금피해 등이 없도록 임금지급보증제도 등의 보완 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술자 경력기준의 경우 건설업체 근무 경력이나 프로젝트 참여 경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청의 직접시공 활성화와 하청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도 생산구조 혁신의 한 축이다.

정부는 원청이 일정비율 이상을 직접 시공해야 하는 직접시공의무제 대상공사를 현행 50억원에서 올해 70억원, 2020년 100억원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직접시공 비율 산정방식도 노무비 기준으로 개편해 자재구입비, 일반관리비 등 시공과 무관한 경비성 지출로 의무비율을 충족하는 편법을 차단하기로 했다.

1종 시설물에 대해선 발주기관이 원청의 직접시공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고, 원청이 자발적으로 직접시공한 실적은 가산 인정할 계획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은 십반장 등 무등록 시공팀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소팀장형에 대해선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팀장과 근로자를 고용해 발주기관에 명단을 제출하도록 하고, 현장소장형의 경우 현장경력이 있는 기능·기술인력이 업체를 설립할 경우 시공능력평가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양성화한다.

시공에 참여하지 않고 건설업체에 근로자 고용만 알선하는 채용팀장형은 적발·처벌해 퇴출한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