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자동화 통한 생산성 혁명…향후 10년간 선진국 2.1%, 개도국 4.8% 인프라 투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인프라 투자전략' 국제 컨퍼런스에서 버나드 물러  UNECE(UN 유럽경제위원회) PPP분과 공동의장이 선진국 인프라 투자 전략과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경쟁국들이 과감한 인프라 투자ㆍ혁신을 발판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나라만 홀로 마이너스(-) 건설투자로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진단이 나왔다.

리차드 마샬 피치솔루션스(FitchSolutionsㆍ전 BMI) 인프라부문 지부장은 11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인프라 투자전략 모색’이란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선진국 건설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2.1% 수준, 개발도상국은 약 4.8%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치솔루션스는 유럽 선진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이 매년 2∼8%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2018∼2022)에서 해마다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을 2%씩 깎기로 했다. 최근 5년간(2015∼2019) 삭감 폭(-7%)보다는 줄었지만 무려 10년간 건설투자 마이너스 기조라는 ‘역주행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새 인프라 전략으로 제시한 ‘생활 SOC’는 적용범위가 너무 좁고, 예산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버나드 뮬러 전 UNECE(UN 유럽경제위원회) 혁신ㆍ경쟁력ㆍPPP 위원회 공동의장은 “효율적인 인프라 정책은 경기 회복과 재정건전성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인프라 서비스는 19세기부터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공급하는 전통을 유지하며 정책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왔다. 버나드 뮬러는 “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사회 인프라 투자수요를 감당하고,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장의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 민관협력사업(PPP)을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써왔다”고 설명했다.

PPP 활용범위도 한국보다 넓다. 유럽에선 도로, 철도와 같은 전통적인 경제 인프라(Economic Infrastructure)뿐만 아니라 병원, 교도소, 학교, 복지시설 등 사회 인프라(Social Infrastructure)에도 민간투자방식을 폭넓게 쓴다. 민간투자가 가능한 시설 종류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한국과 대비된다. 박수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유럽처럼 민간투자법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프라 경쟁력을 국가 경쟁력으로 적극 활용하는 국가는 싱가포르가 대표주자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글로벌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인프라 경쟁력 2위, 글로벌 경쟁력 3위’를 차지했다.

 

     
앙 리안 액 싱가포르 건설사업청 국장이 싱가포르 인프라 투자 및 건설 생산성 향상 정책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앙 리안 액 싱가포르 건설사업청 국장은 “지금도 인프라 경쟁력이 높지만 최근 5년간 매년 4.3%의 인프라 투자 증가율을 유지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로 2020년에는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을 6.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건설산업의 메가 트렌드는 ‘스마트시티(Smart City)’와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혁명(4차 산업혁명)’이다.

마크 라스본 PwC 부사장은 “도시 개발의 증가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신기술 확산은 이미 글로벌 메가 트렌드”라며 “세계 GDP의 80%가 도시에서 발생하고, 전체 인구의 55%가 도시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2050년까지 50조달러 이상의 도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건설사업청은 공장제작 및 조립 방식(DfMA)와 건설정보모델링(BIM)의 통합을 통해 2014년 이후 건설현장의 생산성을 매년 2%씩 높이고 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생활 SOC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는 단순히 콘크리트가 아닌 미래 성장잠재력과 국민 복지를 위한 투자이며,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담아낼 인프라 투자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며 “우리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인식과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세미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 박순자)가 주최하고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동 주관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