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국 의원 발의 건산법 개정안 국토위 소위 통과

‘불공정행위 금지’ 건산법 개정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전체·본회의도 무난하게 넘을 듯

계약 강요·압력 관행 근절 기대 속

처벌조항은 보류… “추후에 보완”

 

# 충북에 소재한 전문건설업체 A사 대표는 충남 지역의 상하수도 사업을 수주한 직후 곤란에 처했다. 발주처가 현장 내역 도면을 주지 않으며 버티다 착공일자가 지나자마자 공사지연 사유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속뜻은 발주처가 요구하는 지역 업체에 하도급을 주라는 것이었다. 전문공사를 전문에 재하도급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A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A사 대표는 “해당 지역 사업을 영영 안 할 생각이 아니라면 따라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에서 발주처의 부당 하도급 계약 강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타지역 사업을 수주하는 건설 및 설계ㆍ엔지니어링 업체들에게는 관행처럼 굳어진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21대 국회를 통해 건설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발주자가 특정업체와의 하도급 계약 및 선정을 강요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첫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10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건설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불공정행위 금지 및 처벌 규정을 신설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발주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에게 특정 건설사를 선정할 것을 강요하거나 하도급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은 건설공사의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공사의 시공과 관련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을 뿐,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발주처가 지역 사업을 수주한 종합건설사 및 전문건설사, 설계ㆍ엔지니어링 업체들에게 특정 지역 업체에 하도급을 강요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B사 대표는 “일단 지역 업체와의 하도급 요구가 한번 들어오면 거절하거나 신고가 불가능하다”며 “해당 지역 발주사업에 영영 참여할 각오가 아니라면 손실을 좀 감수하더라도 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건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발주처들의 부당 요구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를 이끈 인물은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건설업계 속사정을 잘 아는 의원으로 꼽히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아직도 지역에서는 원청업체에 하도급업체 선정에 압력을 가하거나, 특정업체에 하도급을 주지 않으면 설계변경을 통해 불이익을 줄 것처럼 업체를 협박하는 발주처들이 있다”라며 “이런 불공정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건설공사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 및 정부의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무리 없이 국토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의원의 발의한 원안에 담겨 있던 벌칙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빠져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초 김 의원은 발주자가 특정업체 선정에 개입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조항 신설을 요구했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획일적 강요행위 금지와 처벌로 인한 발주자의 권리가 침해될 소지를 우려해 벌칙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김희국 의원실은 “비록 벌칙 조항은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발주자의 부당한 하도급 계약 체결 및 특정업체 선정 강요가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만약 법 개정 후에도 이런 행위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이번에 보류했던 벌칙조항을 마련하는 추가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