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절벽'에 추락하는 韓경제

"발주처 한곳서 제재 받으면

모든 公共공사 참여 금지"

입찰참가자격 제한 확장 제재

법률로 상향 추진 '대표적'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영활동 위협 전방위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빈축을 사고 있다.

획일적, 일률적 과잉 제재 논란이 여전한 입찰참가자격제한 확장 제재 규정을 법률로 상향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데, 위기 극복을 위한 규제 완화는 커녕 오히려 기업을 옥죄면서 경기 회복이 더욱 멀어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에 대한 경영활동 위협은 건설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받은 사업자에 대해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입찰의 참가자격도 제한되도록 하는 확장제재 규정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입찰참가자격제한은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공공기관 운영법의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사무규칙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또는 공공기관 운영법 등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통보받거나 전자조달시스템에 게재될 경우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사무규칙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 같은 입찰참가자격제한 확장 제재 규정을 각각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 운영법에 담기로 하고,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에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으면 중앙부처 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시행하는 모든 입찰에 대해 참가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입찰참가자격 확장 제재 규정을 법률로 상향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입찰참가자격제한 확장 제재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발주기관 한 곳에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을 경우 모든 공공공사에 대해 입찰참가를 금지하는 것은 획일적, 일률적 과잉 제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공사의 비중이 큰 건설사가 확장 제재 적용을 받게 되면 공공건설시장에서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받았을 때 해당 발주기관으로 제한 범위를 한정하고, 효력 범위도 해당 업종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기재부의 입찰참가자격 확장 제재 규정에 대한 법률 상향 타이밍을 놓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재부가 입찰참가자격제한 확장 제재의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잉 제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 확장 제재 규정의 법률 상향은 기업을 더 내리누르겠다는 의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해 건설사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물론 전 산업에서 기업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커지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매입에 소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 완화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도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음껏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