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철근 · 레미콘 판매량 급감

주택규제에 따른 신규 아파트 감소

최장기간 장마 등 이상기후도 영향

불황 여파로 사업장 매각 잇달아

 



건설산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건설산업의 가치사슬 중 하부구조에 해당하는 철근ㆍ레미콘 판매량이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상기후 등 외부적인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인 건설경기 부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7대 제강사의 철근 누적 판매량은 615만4000t으로 2015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8월 기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철근 판매량은 2011년부터 줄곧 상승세였다가 2년전부터 하락세에 진입했다. 2011년 525만9000t을 시작으로 △2012년 579만7000t △2013년 584만1000t △2014년 600만8000t △2015년 650만5000t △2016년 700만6000t에 이어 2017년에는 759만t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8년 704만t으로 주춤하더니 2019년 664만7000t에 이어 올해 600만t을 겨우 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까지 주택 공급이 활성화돼 철근 판매량이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아파트 신규 공급량이 줄어 철근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단일 실적만 놓고 보면 10년 만에 최저치에 해당한다. 지난달 7대 제강사의 철근 판매량은 65만t에 그쳤다. 8월 철근 판매량은 2011년에만 61만4000t을 기록했을 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줄곧 70만∼90만t을 유지해왔다.

계절적으로 철근 수요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8월 이상기후가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장기간 장마로 인해 철근 수요도 함께 줄어들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현장에서는 물건을 쌓아둘 수가 없기 때문에 철근을 필요할 때마다 구매한다.

레미콘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올해 8월까지 누적 레미콘 출하량은 총 1583만8477㎥로 지난해(1785만2493㎥) 대비 11.3%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장마가 끝났지만, 건설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장기간 불황을 견디다 못한 레미콘 업체들은 사업장 매각에 나서고 있다. 최근 100곳 안팎의 레미콘 사업장이 매각을 완료했거나, 헐값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 레미콘 사업장이 95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이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이와 관련,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에 올해 들어 코로나19와 장기간 장마ㆍ폭우 등의 영향으로 중단된 건설현장이 속출하면서 레미콘 수요가 확 줄었다”면서 “하반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사업장 매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계풍ㆍ안종호기자 kplee@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