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작년 매출 37% 내부거래

의존도 1위 SK건설은 1660억 규모

안전적인 물량 확보에 도움되지만

‘시어머니式’ 클레임 잦아 기피도

 

#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인 평택캠퍼스 3공장(P3) 착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공사를 도맡아 수행해 온 삼성물산ㆍ삼성엔지니어링과의 공사비 정산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관련 공사 미수금만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식구’라는 그룹 공사가 되레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안정적인 공사물량 확보와 패밀리(그룹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룹 공사를 수행하지만 수익성과 클레임 측면에선 제일 껄끄러운 고객”이라고 말한다.

 

삼성물산은 작년 매출(19조9836억원)의 37.1%가 계열사나 기업 총수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회사(특수관계자)를 상대로 하는 내부거래였다. 특히,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 의존도는 21.4%(4조2798억원)로 가장 높았다. 건설부문만 떼어내면 1년치 매출(11조6530억원) 가운데 36.7%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그룹 내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 미수금’도 많다. 작년 말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 미수금은 9698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한다. 수주잔고가 곱절 많은 현대건설(9127억원)보다 600억원가량 많다.

미청구 공사 미수금은 주로 발주처와 건설사 간 공정률에 대한 인식 차이로 발생하지만, 발주처가 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건설사 입장에선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게 된다. 삼성물산의 미청구 공사 미수금 가운데 삼성전자와 관련해 확인된 것만 ‘평택 FAB 2기 신축공사(2195억원)’, ‘화성 E 프로젝트(1981억원)’ 등 4000억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P2(평택캠퍼스 2공장) 기준으로 핵심 생산라인인 FAB(반도체 공장)동은 삼성물산이, 그린동(폐수처리장)과 변전소 등 부대 시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공사를 나눠 수행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율은 49.6%로 절반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의존도는 전체 내부거래의 82.1% 수준이다. 그룹 공사가 회사 수익을 뒤흔들 만한 규모다.

삼성전자 반도체 건설공사 협력사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설계변경이 잦고 돌관공사(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공기를 앞당기는 것)가 많아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많다”고 전했다. 반도체 공장 현장소장 출신 A씨는 “시어머니가 많은 그룹 공사는 기피 1순위”라고 귀띔했다.

국내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는 SK하이닉스를 그룹사로 둔 SK건설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매출(7조8440억원) 의존도가 37.6%로 10대 건설사 중 1위다. SK하이닉스의 이천 M16 프로젝트(920억원)와 울산 SK에너지 S프로젝트(VRDSㆍ740억원)를 합친 공사 미수금만 1660억원 규모다.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30%에 육박한다.

본지가 10대 건설사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작년 말 기준 내부거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총 합산 매출 85조5358억원 가운데 16조1635억원(18.9%)이 내부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