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ㆍ벨기에 등 적정공사비로 청년층 유입

교육훈련ㆍ복지ㆍ안전 등 ‘3마리 토끼’ 품어

고용 부진과 성장률 둔화로 경제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산업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SOC 축소 여파 등으로 건설투자는 이미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내년도 건설수주가 5년래 최저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적인 위기 요인 못지않은 건설산업의 내재적,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적자의 늪에 빠진 건설현장에는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만 넘쳐나고 숙련 기술자들은 초고령화와 맞물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럼에도 ‘3D(DirtyㆍDifficultㆍDangerous)’ 업종이란 오명을 벗지 못한 건설산업에는 청년층의 유입도 끊기고 있다.

건설산업의 이런 구조적 난맥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독일이나 벨기에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숙련 기능공 부족과 청년층 감소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우리와 다른 점은 정부와 발주자, 업계, 근로자가 단단한 협력체계를 근간으로 빠르게 난맥상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제가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동절기 휴무수당이나 휴가수당 등 건설업종에만 특화된 사회복지기금을 통해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고 기술 및 직업교육ㆍ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또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다양한 캠페인으로 건설근로자의 직업적 위상을 높이면서 청년층을 모으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다름 아닌 적정 공사비가 있다.

독일에서는 정부 등 공공발주자가 앞장서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모든 건설사가 수주전을 벌이지만, 저가경쟁은 안전을 저해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자연스레 낙찰률이란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굳이 계산하자면 예가(발주자 제시금액) 대비 95∼105%에 이른다.

이 중 인건비의 경우 공공은 물론 민간 발주자도 건설업종 최저임금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예정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노ㆍ사는 이를 통해 막대한 기금을 조성하고 안전과 교육훈련, 근로자 복지까지 ‘3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R&D 투자의 원천도 여기에 있다.

한국과 유럽의 건설산업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제도적 여건이나 경제, 사회, 역사, 문화적 환경도 다르다. 업계 및 시장 분위기나 건설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유럽 정부 및 건설업체, 근로자들도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산업 불변의 특성상, 적정 공사비와 적정 낙찰률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적정 공사비, 적정 낙찰률을 기초로 젊은 숙련 기술인력을 양ㆍ육성하고 청년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것, 이에 더해 직업적 위상과 안전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복지까지 향상시키는 그들의 선진적 ‘모델’은 우리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