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고 인건비만 치솟아”



지난해부터 불법 외국인력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단속이 이어지면서 건설현장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기능인력 고령화로 외국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단속으로 퇴출된 외국인력을 대체할 합법인력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인력 수급난과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건설공사 품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불법 외국인의 내국인 일자리 잠식 방지를 위한 ‘불법 체류ㆍ취업 외국인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3월까지 불법인력들의 특별 자진출국 기간을 운영 중이다.

특히,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 잠식이 심각한 대표업종으로 선정한 건설업에 불법 취업한 외국인에게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돼 1회 적발 시 즉시 출국 조치된다.

정부의 단속 강화로 건설현장은 인력난과 임금 인상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현장 임금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23개 전체 직종의 하루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48% 상승했다. 특히, 미장공(11.4% 상승) 등 마감공종과 용접공(10.2% 상승) 등 외국인력의 진입이 어려운 직종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단속으로 외국인력이 줄면서 국내 인력 임금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게 일선 현장의 설명이다.

경기도에서 신축 아파트 골조공사를 수행 중인 A현장소장은 “작년 말부터 단순 작업을 위한 외국인력 공급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2∼3개월 새 내국인 형틀목수, 철근기공 등의 일당이 평균 2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건설현장 외국인력 가운데는 형틀목공(33.8%)과 철근공(31.3%)이 가장 많다. 이들 공종에서 인력 품귀와 내국인력 임금 상승이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인력난은 만성적인 현상이지만, 법무부 단속으로 심화된 최근의 사태는 이전보다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현장 외국인력 비중이 20%에 달하기 때문에 단속 강화가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건설협회가 한국이민학회에 의뢰해 발표한 ‘건설업 외국인력 실태 및 공급체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는 22만6391명으로 전체 인력의 19.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용허가제(E-9) 1만2000명, 방문취업동포(H-2) 5만5000명 등으로 건설현장의 ‘합법’ 외국인력은 6만7000명 수준. 3.4명 중 1명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집계되지 않은 불법 외국인력을 제외해도 15만9000명 이상이 법무부 단속 대상이다.

한 철근ㆍ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 임원은 “불법 외국인력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고령 내국인력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노무비를 지급해야 하는 현재 상황은 공사의 품질과 직결된다”며 “청년층 유입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정부가 합법적 외국인력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인력의 질과 공사의 품질은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