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逆성장 탈출 ‘건설투자가 해법’이다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교훈 얻어야

‘건설투자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역성장 쇼크’를 겪으면서 건설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형 건설사업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는 과거 경험이 준 교훈을 외면한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심각한 경제상황 극복에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부가 과거 위기극복 과정을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20년간 두 번의 ‘퍼펙트 스톰’을 겪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초대형 경제위기인 이른바 ‘퍼펙트 스톰’으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때 한국경제는 한마디로 ‘파산’이었다.

한국은행의 외환은 바닥이 났고,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다.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계는 풍비박산이 났다.

1998년에는 건설투자도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해 건설투자는 전년 2.5%에서 13.3% 감소로 전환했다. 전년 5.9%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도 -5.5%로 떨어졌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할 것만 같았던 건설투자는 그러나 더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듬해 -3.3%로 건설투자가 하락 폭을 크게 줄이자 경제성장률이 11.3%로 반등했다. 200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 폭을 0.1%로 줄여 9%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건설투자가 6.5%로 성장 전환하며 외환위기 졸업을 앞당겼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은 SOC(사회기반시설) 예산과 상관관계가 깊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 SOC 예산은 20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2009년에는 25조5000억원으로 1년 만에 무려 24.3%가 증액됐다.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7%까지 떨어졌지만, SOC 예산 증액에 따라 예산 투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6.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건설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퍼펙트 스톰’ 수준의 위기는 아니지만,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최근에는 건설투자의 역할이 위기 극복을 위한 ‘히든카드’에서 ‘버팀목’으로 바뀌었다.

지난 2015년 건설투자는 6.6%, SOC 예산은 사상 최대인 26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같은 해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

SOC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나올 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건설투자가 뒷받침한 데 힘입어 다른 부문 부진을 만회하면서 2%대 후반이라는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경제성장률은 제로, 심지어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런 분석은 올 들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4.0%로 전년 7.6%에서 곤두박질쳤고,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도 3.1%에서 2.7%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올 1분기에는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0.1%로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0.3%)은 ‘역성장 쇼크’를 겪었다.

SOC 예산 증액, 민간투자 활성화 등에 따른 건설투자가 상승 추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은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1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