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 "설계부실 땐 최저가제보다 부작용 커" - </center>

정부가 공공건설사업의 예산절감을 위해 턴키·대안공사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턴키·대안입찰에 대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설계 부실이 우려되는 턴키·대안입찰보다 발주기관이 설계서를 만든 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가 오히려 시설물의 품질 확보를 위해 나을 것이라는 역설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공공건설사업비 절감방안을 마련하고 턴키·대안입찰의 경우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공사에 대해 가격경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까지 낙찰자 결정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가이드라인까지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기술경쟁이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D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의 제정목적에 대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낙찰자 결정방법 가운데 가격경쟁요소가 가장 높은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의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턴키·대안공사의 낙찰자 결정방법별로 대략적인 대상공사가 정해져 있고 이를 기준으로 발주기관들이 판단해 낙찰자 결정방법을 정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되면 발주기관의 자율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H건설 관계자는 "턴키·대안공사에 대한 가격경쟁 유도는 현행 최저가낙찰제보다 더한 덤핑 투찰을 불러와 원가절감의 득보다 설계부실의 실이 많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시설물의 하자 문제나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가격경쟁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자가낙찰제 공사는 발주기관이 만든 설계서를 갖고 시공을 하고 설계변경도 가능해 시공 중 설계상의 문제가 생기면 수정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턴키공사는 업체가 설계를 하는 데다 설계변경도 허용되지 않아 시공물의 품질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손해를 보면서 고품질의 설계를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업체들이 덤핑수주를 하더라도 발주기관이 감독을 철저히 하면 주어진 설계서만큼의 품질을 유도할 수 있지만 덤핑으로 딴 턴키 공사는 설계 자체가 부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방침에 대한 발주기관들의 우려도 건설업계 못지않다. 
국토부 산하의 한 정부투자기관 관계자는 "같은 선형의 공사라고 하더라도 시설별로 특성이 다른데, 이를 획일화해 낙찰자 결정방법을 정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발주기관에 따라서는 비용을 우선할 수도 있고 품질을 우선할 수도 있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용 우선을 강요하고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시공사에 차별화된 설계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계속해서 비용을 고집하려면 턴키·대안입찰제도의 시행 자체를 놓고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턴키·대안입찰을 예산절감차원에서 접근 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공사 입찰방법심의에서 특정 공사의 입찰방법이 턴키·대안공사로 결정되는 것은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만약 고난이도 공사가 아니었다면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는 기타 공사로 결정됐을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입찰방법심의를 통해 기술경쟁방식의 턴키·대안입찰로 결정된 공사를 다시 예산절감 차원에서 가격 경쟁에 부친다는 것은 턴키·대안입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정책기조에도 맞지 않는다"며 "입찰방법을 엄격히 심의해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공사가 턴키·대안공사로 결정된 공사에 대해서는 기술경쟁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div align=right> - 일간건설신문(08.05.07)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