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업계 담합ㆍ공동도급 등, 현실 동떨어져...개선 시급- </center>

건설업체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는 불합리한 계약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계약과 관련한 과도한 규제들이 입찰이나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막으면서 결국 건설업체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입찰과 관련해 6개 대형업체가 검찰에 의해 담합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업체들이 공구별로 유찰 방지용 '들러리'를 내세우는 등 조직적으로 담합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유찰이 되더라도 이후 재공고를 거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소위 '들러리'라는 것을 내세웠을까.
건설업계는 유찰이 되면 재공고 후 입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돼 수요기관들은 착공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고 입찰에 참가한 건설업체는 이 기간에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턴키ㆍ대안공사 입찰에서 재공고가 났다고 해서 새롭게 수주경쟁에 뛰어들 업체가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발주되기 전부터 공을 들여 설계서를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국가계약법령에 '턴키ㆍ대안공사의 입찰에서 기본설계적격사가 1명 이하인 경우에는 재공고 입찰을 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어 업체들이 공사의 빠른 진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들러리'를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유찰 때는 협상에 의해서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이 갖춰지면 이 같은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찰로 인해 국책사업의 착공이 지연되면 이 피해는 시설을 이용해야 할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유찰이 되면 입찰참가업체보다 수요기관이 더 애를 태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계약제도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도급 공사에서 정해진 지분대로 공사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건설업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건설업계는 공동도급 구성원이 모두 공사현장에 기술인력을 파견하게 되면 공사의 효율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공공공사가 장기 계속공사로 진행되고 있고 1,0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속공사에 배정되는 연간 공사비가 10억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는 상황에서 공동도급 구성원이 모두가 공사에 참여할 수 없지 않으냐는 항변이다.
건설업계는 따라서 기술인력뿐만 아니라 자본, 토지, 장비 등 다양한 방식의 지분 참여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도급제도의 취지가 대형업체의 경영기법 및 기술을 중소업체에 전수하기 위한 것인데, 기술인력 외 다른 방식의 지분 참여로도 충분히 교류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계약법령에는 또 시공에는 참여했으나 출자비율 또는 분담내용에 따라 시공하지 않은 업체에 1월의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내리도록 규정돼 있는데, 여기에는 출자비율 이상으로 시공한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건설업계는 공동도급사가 공사에 참가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출자비율 이상을 시공하는 업체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다른 산업의 기업들보다 부조리한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은데, 이는 건설업을 둘러싼 규제가 다른 산업보다 심하기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해 건설업체들이 범법자로 내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div align=right> -일간건설신문(07.11.13)-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