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받지 말고 이익 나눠라”

코로나 빌미로 은행권 정조준

자영업자 손실 보상 법제화 추진

반대한 정부부처까지 공개 저격

 

[e대한경제=이재현 기자]거대 여당의 이익공유제 압박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온데간데 없이 강제적 참여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압박대상은 플랫폼 기업에 이어 카드사, 은행 등으로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은행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럴거면 차라리 모든 은행을 국유화하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를 빙자한 거대 여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칼날은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수천억∼수조원이 소요될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정치인 출신 국무총리가 강력 경고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관련기사 4면

21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월 중 이익공유제 도입에 관한 대체적 구상을 마칠 계획이다. 대상은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기업에 이어 금융권으로 점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은행에 대한 이익공유제 압박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추세다. 이자멈춤법을 제안했던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원장은 이날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ㆍ소상공인 금융지원이 1년 더 연장되기를 희망한다”며 “코로나19에도 금융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은행들에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취약계층과 사회를 위해 희생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여당의 이익공유제 도입과 관련, “상생 방안 모색과 이익공유제 도입에 있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KIAF는 이익공유제의 적용범위가 모호하고, 기업의 혁신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시끌벅적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안그래도 은행 영업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관치가 적용되는데, 이자도 받지 말라는 건 지나치다”며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모든 은행을 국유화해 정부 여당이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압박은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여당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직접 보상하는 법안(손실보상제)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가 재정여건을 이유로 반대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이 나라가 기재부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여당이 나라 곳간과 민간기업 돈을 ‘내 주머니 속 쌈짓돈’처럼 여기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현기자 ljh@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202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