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 푸념으로 도배

종부세ㆍ계약갱신청구권ㆍ중개수수료 등 시장 전반에 걸쳐 불만 쏟아져

“특단의 공급대책 앞두고 정부 정책 기조에 변화 필요한 때”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시끄러웠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이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정부와 소통하자는 취지로 생겨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마저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푸념으로 도배되고 있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새해 들어 교통·건축·국토 분야에서만 60여 건에 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얼룩졌다.

노후를 대비해 생계형 목적으로 6평짜리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고 밝힌 청원인은 오피스텔 임대는 1인 가구 등을 위한 준공공성을 지닌 민간임대 형태로, 이를 주택으로 간주해 투자수요를 줄이면 주거 안정화에도 역효과라는 청원을 올렸다. 소형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피스텔 때문에 졸지에 다주택자가 돼 버려 양도세 부담에 주택을 팔지도 못하겠고, 공시가도 올라 보유세가 급격히 늘었다”며 “소득은 줄고 있는데 세금을 내려고 보험약관대출, 신용대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북 전주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 가장은 6월부터 오르게 될 세 부담에 잠이 안 온다고 성토했다.

청원인은 “전주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종부세만 4500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6월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인이든 개인이든 생계형 임대사업자에게는 종부세 합산배제를 적용해 달라”며 “법인 빌딩이나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가도 이렇게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새 임대차법은 갈등의 씨앗이 된 지 오래다. 종부세 부담으로 주택을 매각하기로 마음 먹은 청원인은 현 세입자가 전세계약 청구권을 행사해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그는 “관계가 좋았던 임차인과 임대인이 법을 따지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며 “정부에서 임대물건이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매각을 하려는 주택에 대해서는 전세계약 청구권 행사를 할 수 없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따졌다.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어디 할 것 없이 집값, 전셋값 모두 2배 오른 상황에 중개수수료율이 그대로여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개보수 요율은 전세의 경우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매물이 최대 0.4％, 6억원 이상부터는 최대 0.8％가 적용된다. 6억원에 전세 거래를 할 경우 최대 480만원, 7억원이면 560만원, 8억이면 640만원 내 협의를 통해 중개업소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청원인은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이삿짐센터 비용까지 합치면 이사 비용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보통 사람 6개월분 월급이 들어가야 하니 어디 이사를 가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1개월 이내인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거래가가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 산다는 한 시민은 “실거래가 신고를 1개월까지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시장 거래는 무조건 투명하고 빠르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약시장에서 분양가를 올리는 우회적인 수단으로 지적된 발코니 확장비를 두고 과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추가 옵션까지 패키지로 묶어 가격대를 끌어올리는 실정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발코니 확장을 빌미로 추가 옵션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새해부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뉴스가 이토록 많이 쏟아지고 비난으로 얼룩졌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면서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한 정책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변화가 동반돼야 대통령이 말하는 특단의 공급대책도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백경민기자 wiss@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