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ㆍ화재ㆍ건축물 붕괴 등 연이은 사고에 민원 폭증

GTX 등 대심도 터널ㆍ지하철 등 대규모 지하개발 차질 우려

안전대책은 규제 일변도...정부 선제적 투자 및 체계적 점검관리 시스템 필요해 

 

포항 지진도 결국 ‘인재’로 판명되면서 지하 인프라 전반에 대한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싱크홀과 통신선로 화재, 열수송관 파열, 건축물 붕괴 등 땅속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터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나 대심도 도로, 지하철 등 지하개발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고수습과 함께 안전대책 강화에 나섰지만, 종전 규제 일변도식 대책으로는 잇따르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촉발된 것으로 판명되고, 울릉도와 경기 화성 지열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직격탄을 맞고 중단된 가운데 여파가 지하 인프라 건설 전반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땅속 30∼40m를 200㎞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필두로, 대심도 고속도로나 간선도로 지하화, 해저ㆍ하저터널, 지하철, 복합환승센터 등 땅속에서 추진되는 인프라 사업들이 안전성 우려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 발표 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에는 GTX 건설을 반대하거나 노선 변경을 촉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단순 반대(변경) 주장을 넘어 집회와 저지운동 등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비단 GTX나 터널, 지하철 등 대규모 공사가 아니더라도 지하공정을 진행하는 현장마다 각종 민원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정권 책임론을 떠나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지하 인프라 개발은 안전 우려에 부딪쳐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각종 시설물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부는 각종 시설물 및 현장 안전대책과 더불어 최근에는 건축안전팀을 신설해 노후 건축물 관리점검 강화 및 대대적인 화재, 내진보강 사업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지열발전 중단을 비롯해 타당성조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증을 추진하고 인프라에 대한 재해영향평가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도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서부터 경제성 외 사회적 가치, 영향까지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복해왔던 ‘재탕’, ‘삼탕’의 대책으로는 신뢰 회복은 물론, 민원이나 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시설물 관련 안전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시공사나 사업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데만 매달려 왔다”며 “노후 인프라나 재해예방 시설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에 더해 보수ㆍ보강을 위한 대대적인 선제투자가 동반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지하 인프라에 대해서도 “그간 현장 안전관리나 주변 영향, 민원 처리 등을 모두 시공사나 사업자에 떠넘겼는데, 이런 식으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사업 초기 단계의 조사, 평가 강화는 물론 각종 민원 대응과 사후점검, 보수ㆍ보상 역시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