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은 ‘일자리 걱정’



고용쇼크 7~8월, ‘건설’ 빼면

전체 취업자수 마이너스 전락

건설경기 침체로 고용동력 약화

인프라투자 확대 등 대전환 시급

 



경기 성남시에 사는 차 모(35)씨는 7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차씨는 “부모님 뵐 면목이 없어 추석 아침밥만 먹고 연휴 내내 노량진 고시촌에서 지냈다”고 털어놨다. 소방관 시험을 준비 중인 강원 춘천시의 박 모(27)씨는 “작년에 한 번 떨어져 오는 10월 시험 땐 꼭 붙어야 한다”면서 “내년 추석엔 당당한 직장인으로 명절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의 민심은 단연 ‘일자리’가 화두였다. 추석을 맞아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일자리 문제와 고용 악화’(29.7%)를 첫 손에 꼽았다. 가계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고 이를 동력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3.2%)이 ‘보완하거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설업의 전체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기여율 추이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뢰해 ‘고용 쇼크’가 벌어졌던 지난 7∼8월 건설업의 일자리 기여도를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의 ‘건설업 패싱’이 향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지난 7∼8월 전체 취업자에서 건설업을 빼고 취업자 수 증감률을 따져보니, 마이너스(-)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의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각각 5000명과 25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자 수가 1만명 줄었던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업자 수(113만3000명)는 8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면서, 지난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로 1999년(10.7%)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였다. 그야말로 ‘고용 암흑기’였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은 7월 3만7000명(증가율 1.8%), 8월 5만3000명(2.7%)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훨씬 웃돌았다. 이 때문에 건설업의 취업자 수 증가 기여율은 7월 740%, 8월 1768.7%로 급등했다. 만약 이 기간에 건설업 취업자 수가 늘지 않았다면, 전체 취업자 수는 7월 -3만2000명, 8월 -5만500명이라는 ‘재앙’ 수준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들 뻔했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올해 1∼8월까지 건설업의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기여율은 평균 40%로, 지난해(35%)보다 더 높아졌다”며 “이는 건설업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건설업 이외 산업에서 취업자가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0∼2018년 8월까지 약 9년간 건설업의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기여율을 살펴보면, 2013년(-4.94%)을 빼고는 2016년까지 5∼10%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7년에 37.7%로 치솟았고,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평균 40.1%로 고공행진 중이다. 타 산업이 일자리 늘리기에 고전한 반면 건설업은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증거다.

하지만, 향후 정부 정책의 대전환 없이는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7∼8월 건설업 취업자 수 증가는 9∼10월 예정된 대규모 아파트 입주 때문으로, 이 시기가 지나면 건설업 취업자 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2분기(4∼6월) 건설투자는 토목(-4.9%)과 주택(-0.6%)의 부진으로 1년 전보다 1.5% 쪼그라들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타 산업의 일자리 창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건설업마저 빠져나가면 청와대의 ‘일자리 상황판’은 마이너스로 붉게 물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로 거듭나려면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적정수준 유지 △부동산 대책 수위 조절 △민자사업 활성화 △노후인프라 성능 개선 △지방선거 공약사업 조기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