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체불 없애고 ‘태부족’ 숙련인력 확보하고

 

건설현장 일자리 ‘미스 매칭’의 발화점은 끊이지 않는 임금체불, 부족한 숙련인력, 열악한 근로환경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건설현장 일자리 미스 매칭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맞춤형’ 처방전을 내놨다.

법·제도 개선 등이 필요한 일부 처방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당장 시행에 들어간 처방은 서서히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발주자가 임금, 하도급대금 등을 직접 지급하는 ‘임금직접지급제’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작년 말부터 국토부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의 전 현장을 대상으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전면 적용했다. 건설사가 임금, 하도급대금 등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근로자 계좌 등으로 송금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국토부 소속·산하기관 현장의 임금체불은 ‘제로’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추석에는 176억원, 작년 추석엔 109억원, 올 설에는 92억원 등 명절 때마다 100억원 안팎의 체불이 발생했지만 올 추석에는 단 1건의 체불도 없었다.

국토부는 임금직접지급제를 모든 공공공사에 의무화하기로 하고, 현재 건설산업기본법과 전자조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민간공사의 경우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 활용 실적에 따라 상호협력평가를 우대한다.

국토부는 최근 민간공사를 하는 종합건설업체가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으로 건설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실적이 있는 경우 가점을 주는 방향으로 상호협력평가 기준을 개정했다.

다만, 임금직접지급제의 맹점을 노린 일부 근로자의 행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근 현장에서는 건설일용직들이 태업 수준으로 작업을 늦추고 임금만 받아가는 사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사의 부도·파산, 공사대금 수취 후 고의잠적 등으로 인한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일부 소액공사를 제외한 모든 공공·민간공사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체불 근로자가 지방노동관서에 근로관계 존재와 체불금액을 확인받으면 보증기관이 체불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임금지급보증제다.

원도급사에서 하도급사, 십·반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생산구조에서 점차 깎이는 임금 삭감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임금제’도 건설현장 일자리 미스 매칭 해소 방안 중 하나다.

국토부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따른 국가재정 추가 투입 등에 대비해 내년까지 적정임금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시범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2020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숙련인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현장의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으로는 ‘기능인등급제’와 ‘전자카드제’ 등을 제시했다.

기능인등급제는 오랜 기간 건설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건설근로자를 우대하기 위한 장치다.

국토부는 건설근로자 정보를 건설근로자공제회로 일원화하고, 건설업 등록기준, 시공능력평가 등에 기능인등급제를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우수기능인력의 정규직 채용 등 고용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계산이다.

전자카드제는 전자적 근무관리시스템을 통해 경력관리를 체계화하면서 사회보험 고의누락, 임금편취 목적의 공사비 허위청구 등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이다.

이 외에도 국토부는 건설근로자의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요건과 퇴직공제 납입액·대상공사를 확대해 근로여건을 업그레이드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건설기계대여업과 설계·엔지니어링의 일자리 환경도 맞춤형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