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 써라’ 곳곳에서 수시로 공사 방해…태업·지시불응·무단이탈도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공공청사 신축현장 앞.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각각 현장 출입문을 막고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이 ‘우리 조합원을 우선 채용해달라’며 집회를 열자, 한노총이 맞불집회를 열면서 공사장이 순식간에 집회장으로 변했다. 민노총은 6∼8월까지 수시로 집회를 열었고, 소속 조합원들은 각종 태업, 지시 불응, 현장 무단이탈 등 다양한 수단을 써가며 공사 진행을 방해했다.

그 결과 철근콘크리트 공종의 경우 직영팀과 한노총, 민노총 소속 근로자 비율이 지난 5월 1:1:1에서 2개월여 뒤에는 민노총 비율이 60% 수준까지 올라갔다. 형틀목공 공종 역시 민노총 조합원의 비중이 60%대로 높아졌다. 끈질긴 공사 방해와 잇단 집회 후 인력 지형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전국 건설현장이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소속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새벽부터 집회를 열어 건설사에 민원이 빗발치게 하고, 외국인 근로자나 안전 규정 등을 문제 삼아 공사를 방해하기 일쑤다. 건설현장 개설과 동시에 민노총 집회가 뒤따르는 것이 전국 주요 건설현장의 공식이 됐을 정도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76곳 중 71곳이 민노총으로부터 불법 외국인 노동자 고용 건으로 고발당했다.

더욱 큰 문제는 건설현장의 생산성 저하. 지금까지 민노총 조합원 고용 이후 이들 인력의 숙련도와 그에 따른 건설공사의 품질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 <건설경제>가 지난 7일 입수한 한 공공청사 건축현장의 철근콘크리트 공종에 투입된 노동조합별 근로자 생산성 분석결과를 보면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장의 철콘 공종 가운데 형틀목공 근로자의 1인당 1개월 생산량은 △건설사 직접 선발팀(직영팀) 8.9㎡ △한노총팀 7.1㎡ △민노총팀 5.7㎡ 등으로 조사됐다. 직영팀의 생산성을 100으로 보면 한노총팀은 79%, 민노총팀은 64%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현장 초기에는 생산성이 나은 편이다. 민노총 조합원이 모두 세팅된 뒤에는 고의적인 태업 등으로 생산성이 더 나빠진다. 실제 이 현장의 2개월 뒤 민노총팀과 직영팀의 생산성을 비교해보니, 각각 7.3㎡와 3.6㎡로 ‘더블 스코어’(49%) 수준까지 벌어졌다.

전문건설업체인 A사 임원은 “수년 전부터 건설현장의 권력이 민노총으로 넘어갔다”며 “건설회사들도 민노총에 밉보였다간 공사기간ㆍ공사비가 늘어나고 민원관리 부실로 발주처에 찍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권성중·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