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입주한 거제2차아이파크2단지. 미분양 몸살에 전용 84㎡ 신축 아파트의 월임대료가 35만원에 불과하다.  

 

일자리도 돈도 수도권으로 다 빠져

미분양 90% 넘는 '유령도시'전락

  ‘경기는 바닥을 쳐야 올라온다’는 말은 잔인하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동안, 고통스러운 경제적 죽음을 겪어야 하는 탓이다.

  조선업의 몰락은 경상남도 일대 도시의 추락을 가져왔다. 추락의 양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분양률 10%대, 집값 30% 하락. 근로자도 돈도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고 경남 일대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대형 건설사마저 고개를 젓고 사업을 접는 현장에서, 지역 토박이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여기는 죽음의 도시”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창원 회원구역 사업지다. 지난 3월부터 분양을 개시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창원파크센트럴’은 일반분양 856가구 중 800가구 가까이가 미분양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7일 분양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모델하우스와 분양대행사 모두 철수한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경기가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다”며 “참담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분양 불패 신화를 이어온 대림산업이 분양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지에서 철수한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대림산업보다 앞서 분양한 롯데건설의 ‘창원롯데캐슬프리미어’ 역시 일반분양 545가구 중 48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상태에서 철수했다. 분양 홍보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대형 주택업체들은 분양이 안 되면 할인분양의 우회로로 대행사들에 수수료를 높여주거나 조직분양(일명 ‘떼분양’)을 하는데 그러한 움직임도 전혀 없다”며 “지역민들의 구매력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니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침체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통영ㆍ거제 지역의 상황은 창원보다 더 심각하다. 분양권에 2000만∼3000만원 가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약과다. 입주를 앞둔 시점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청약자들 때문에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작년에 입주한 전용 84㎡ 아파트의 월임대료가 35만원(보증금 1000만원)까지 내려가니 조선소 일대 원룸ㆍ빌라촌은 폐허로 변했다. 인근 식당가는 점심 시간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 바닥 경제부터 무너진 셈이다.

  거제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모두 30대 젊은 근로자들”이라며 “거제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잃은 용접공들이 평택으로 떠나는데 사람도 일자리도 돈도 모두 수도권으로 향한다. 내 고향이 죽어간다”고 말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