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조달 막막 “도입 계획조차 못세워”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후분양을 계획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공공택지 경쟁률 ‘수백대 1’ 뜨겁지만

올해 민간아파트 후분양 사실상 ‘제로’

일부 분양가통제 우회수단 활용 그쳐

 

정부가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민간기업들은 후분양을 도입·확대할 기미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후분양을 조건으로 진행한 두 차례의 공공택지 공급 입찰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기록됐고 경기도시공사도 동탄과 광교 신도시에 후분양 적용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일부 ‘특이사례’를 제외하면 민간개발 아파트사업에서는 후분양이 검토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 60여 곳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해 후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일부 소규모 건설사들도 확인 결과 후분양을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과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각각 300여 가구를 후분양을 통해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던 A건설사와 B건설사는 모두 올해 분양 계획이 없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재는 다음 사업계획 자체가 없다”며 “후분양에 대한 이야기는 나왔지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분양이 주택을 취득하는 수요자에게는 좋은 제도겠지만, 사업주에게는 자금 부담이 크다”며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건설사 관계자도 “이야기가 오가는 사업장만 있을 뿐 분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일한 후분양 사례는 서울 광진구 ‘테라팰리스 건대2차’가 꼽힌다. 이 사업은 지난달 후분양을 택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후분양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신탁사를 통해 공사비를 확보한 동시에 우수한 입지가 맞물린 특이사례로 평가된다.

정동주 대한주택건설협회 실장은 “후분양을 처음부터 계획한다기보단 공사 기간 내 소진이 안 되는 경우 후분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업체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시공해야 하는데, 자금력을 보전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현실적으로 후분양을 검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후분양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경기 과천주공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임시총회를 열어 후분양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도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이 후분양을 택한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후분양을 저울질하던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 방배13구역과 신반포4지구는 현재까지 후분양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진주기자 ohpearl@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