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량 반토막”…깜깜한 工期에 한숨만

# 환경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인천 검단의 아파트 건설현장. 오전 7시 안전조회를 마친 뒤 200여명의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시공사에서 제공한 일회용 마스크를 챙긴다. 기초공사가 한창인 현장의 공정률은 6% 정도. 매시간마다 살수차가 현장 주위를 돌며 외부로 빠져나가는 비산먼제를 제거하고, 현장 내부의 비산먼지는 이동식 살수기로 해결한다. 시공사 관계자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이동식 살수기만 3대, 하도급사들이 보유한 것까지 합치면 8∼9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같은 날 수도권의 또 다른 대규모 건축현장. 터파기가 진행 중인 이곳의 현장소장 A씨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또 발령되자 한숨을 내쉰다. 그는 “비상저감조치로 작업시간이 반으로 줄면서 토사반출이 더뎌지고 있다. 벌써 5일째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후속 골조공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보통 하루 400∼500대 정도 가능했던 현장의 토사반출은 비상저감조치 시행일에는 200∼300대로 뚝 떨어진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건설중인  '스페이스 살림'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달라진 건설현장의 풍경이다. 각 현장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본사에서 제작ㆍ배포한 지침 및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세먼지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연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공기준수, 현장안전 확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건설경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정부의 정책에 부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현대건설은 미특법 시행 이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대응 가이드’를 만들어 전 현장에 배포하고 작업자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기준치 초과 발령 시 △공사시간 조정 △실내작업 위주 공사 실시 △휴식시간 추가 부여 △마스크 배포 △노후건설기계 사용 지양 △방진덮개ㆍ살수 조치 강화 등을 시행한다.

삼성물산도 미세먼지 농도 실시간 측정시설을 설치하고 △비산먼지 발생 공종의 작업시간 50% 단축 △마스크 지급 △고령자 등 민감군 근로자에 대한 옥외작업 투입 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

GS건설ㆍ대우건설ㆍ대림산업ㆍ한화건설ㆍ롯데건설 등 다른 건설사의 현장들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건설은 환경부와 비산먼지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심지 등 50개 현장을 지정해 사전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건설중인  '스페이스 살림'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건설근로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번거로운 탓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근로자가 대다수였지만, 최근 들어 마스크 착용이 부쩍 늘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공사시간이 줄어들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기지연이다. 미특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공사는 공사시간을 50% 이상 단축해야 한다. 시공사 입장에선 하루면 충분한 작업량을 이틀이나 걸려 소화하는 셈이다. 실제 B건설사의 경우 이날까지 최근 닷새간 오전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조업이 길어질 수도, 휴식이 늘 수도 있는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절대적인 조업시간이 줄어들어 애로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하루에 절반만 일하라고 하면 아예 오지 않는 덤프트럭 기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공기산정 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기간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처럼 비상저감조치가 장기간 발령될 경우 공기준수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평균 강수량ㆍ태풍ㆍ혹한 기간 등을 고려해 공기를 산정하듯이 앞으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기간을 반영해 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