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규제 선수요 영향"…12월 증가폭 축소 전망


  
 
   

 

[e대한경제=홍샛별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 폭증은 예고된 결과다. 늘어나는 가계빚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11월30일부터 시행키로 예고하면서 이른바 ‘막차수요’가 급증했다. 대책 발표 직후 하루 수천억원가량의 대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한달간 늘어난 신용대출은 7조6000억원. “연말까지 은행권 신용대출을 2조원 정도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금융당국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은행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급증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부동산 시장 불안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발등의 불’만 끄려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18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7.9% 급증했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은 7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 증가액(4조원)보다 3조6000억원이나 확대됐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8000억원 늘어나 전월(7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주담대 축소는 전세대란으로 증가하던 전세자금대출이 둔화된 데서 기인했다.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액은 2조3000억원으로, 지난 9월(3조5000억원)과 10월(3조원)보다 크게 줄었다. 아파트 전세거래량도 9월 4만2000가구를 기록한 이후 10월과 11월에는 각각 3만5000가구, 3만가구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담대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기타대출은 전례 없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지난달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11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기타대출 증가액은 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6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전월 증가액(3조8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 늘었고, 전년 동월(2조1000억원) 대비로는 3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은은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정부는 새로운 신용대출 규제를 11월30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 규제에 따르면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된다.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후 1년 이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면 대출금이 회수된다.

이 같은 신용대출 조이기에도 주택거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8월 5만가구를 기록한 이후, 10월 6만8000가구로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도 2만2000가구에서 2만5000가구로 증가했다. 은행이 높인 대출 문턱에 좌절한 대출 가수요는 제2금융권으로 넘어갔다. 지난달 제2금융권 기타대출 증가액은 4조1000억원에 달했다. 전월(2조4000억원) 대비 1조7000억원 증가하고, 전년 동월(8000억원)보다는 3배 확대된 수준이다.

한은과 금융위는 이 같은 신용대출 폭증세가 12월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돼 대출 통로가 막힌 데다, 통상적으로 12월에는 계절적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편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말과 연초에 상여금이 지급되고, 강화된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12월 가계대출 증가세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e대한경제-20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