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3법ㆍ노동법 통과 후폭풍


‘사익편취 규제 강화’ 공정법

규제 대상 210곳→598곳

중소상장사 1300곳 ‘직격탄’

노사분규 기업들도 초비상

 

[e대한경제=김민수ㆍ김민주ㆍ이재현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기업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걸려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협의회 관계자)이었다고 한다. 걸려온 전화는 죄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에 대한 성토와 대응방법을 묻는 내용이었다. 상법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해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3면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업규제 3법(상법개정안ㆍ공정거래법개정안ㆍ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노동법의 후폭풍이다.

10일 상장기업협의회에 따르면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개정안은 1300여개 중소ㆍ중견 상장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상법개정안은 △사내이사 감사 선출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고 △모기업 지분 0.5%만 있어도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 상장사들은 법률대응을 할 자금력이 충분하지만, 중소ㆍ중견 상장사들은 대응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 코스닥 상장사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단 하루 만에도 주주제안, 다중대표소송, 이사ㆍ감사의 해임청구권 및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상장기업협의회)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른 후폭풍도 클 전망이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 개정에 따른 규제대상 기업은 210개에서 598개로 세 배가량 폭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글로비스·㈜한화·SK㈜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죄다 이 법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과 사업장 시설점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많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GM, 이스타항공 등 해고 문제로 논란을 겪는 기업을 비롯해 140곳이 넘는 노사분규 기업들이 내년에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법 통과로 산업현장의 ‘패닉’을 넘어 기업들의‘엑소더스’를 부추길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과도한 세금에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의 그물이 더 촘촘해졌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수ㆍ김민주ㆍ이재현기자 kms@

〈e대한경제-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