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등 고위험국 금융지원 등 민간 현장 목소리 반영

팀 코리아 구축ㆍ공공기관 참여는 이미 나왔던 정책 ‘재탕’

정책이 시장에 적용되는지 꼼꼼한 점검 등 실효성 높여야

 

 

정부가 14일 건설ㆍ플랜트 등 ‘해외수주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것은 반토막 난 해외건설 수주를 회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투자ㆍ고용 등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수주를 끌어올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팀 코리아 구축 △민간기업-공공기관 합동 진출 등은 예전에도 나왔던 재탕 대책으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지난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2018년 300억달러에 그치는 등 절반 밑으로 추락했다.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15년(461억 달러)을 기점으로 고꾸라지더니 2016년(282억 달러), 2017년(290억 달러)에도 내리막을 걸었다.

해외수주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특히, 중동ㆍ아시아 지역과 플랜트 분야에 편중돼 있어 유가 하락과 지정학적 요인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지역별 수주실적은 △중동 28.7% △아시아 50.5% △아프리카ㆍ유럽 15.3% △미주 5.5%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57.2% △토목 22.3% △건축 16.8% △기타 3.7%다.

또, 수익이 크지 않은 단순도급 사업이 94%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시공자 금융주선(2.3%)과 투자개발형(3.7%) 수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이 강점을 보였던 단순도급 사업 수주는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로 한계에 부딪혔고, 최근 발주처가 입찰 참여기업에 금융조달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등 사전 금융조달 없이는 도급사업 입찰도 어렵게 됐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금융 경쟁력과 정보력 등을 갖춘 주요 선진국이 이미 장악해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

기재부는 지난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간담회에서 금융조달상 한계, 공공기관 역할 미진, 범정부 지원시스템 부족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난 2013년 해외건설ㆍ플랜트 선진화방안은 금융지원에 중점을 뒀고 그동안 국내외 수주여건 변화가 있던 점을 감안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대책은 10대 건설사와 중소기업, 유관 공공기관과 관련 부처와 5차례의 의견수렴에서 제기된 수주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수주실적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밝혔다.

고위험국 수주시장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은 민간에서 △이라크 등 고위험국에 대한 금융지원 △상대국과 기본여신약정(FA) 체결 등 금융 확대방안을 요구함에 따라 이번 대책에 담기게 됐다.

범정부 차원의 수주지원 체계인 ‘팀 코리아’ 구축 역시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할 때 국가대항전 성격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범정부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했다.

이번 대책에 담긴 공공기관 진출 활성화 역시 투자개발형 사업의 국내 경험이 많은 공공기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포함됐다.

해외사업은 리스크는 높고 성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참여 유인이 낮고, 투자에 대한 책임소재 등으로 공공기관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예비타당성 대상사업 기준이 해외사업의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낮고 예비타당성조사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도 지적됐다.

하지만, 그동안 나온 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팀 코리아’ 구축과 민간기업-공공기관 합동 진출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이란 방문을 전후해 추진한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의 해외 진출을 독려해 민간 건설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정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금융조달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팀 코리아’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해외수주 실적은 큰 반전을 거두지 못했다.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는지 꼼꼼히 점검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newspia@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