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사 ‘계약금액 조정·工期 연장’ 한숨 돌렸지만

“국가공사도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해야” 목소리 높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건설현장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공사 일시정지→공사기간 연장→공사비 조정’이라는 긴급 행정지침을 내렸다.

건설현장에선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공기(工期) 연장 사유에 ‘폭염’을 추가하고, 지자체 공사처럼 국가 공사에서도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건설현장의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과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각각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이번 지침은 폭염으로 작업중단이 불가피한 공공공사 현장에 대해 공사 일지정지와 계약기간 연장, 계약금액 조정 등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또 일시정지 조치를 하지 않은 건설현장에 대해서도 폭염으로 인한 공사 지연에 대해선 지체상금을 물리지 않도록 했다. 전날(1일)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요청이 없더라도 발주기관이 나서서 낮시간대 공사를 중단하라고 주문한 것보다 한 발 더 나갔다.

기재부 관계자는 “발주기관들이 폭염으로 인한 공사 일시정지와 계약금액 증액을 주저할 것 같아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업들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A건설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해당 현장의 공사를 일단 중단했지만, 이로 인한 추가 공사비를 제대로 보전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당장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B건설사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 사유를 공사비 증액 사유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가계약법령은 폭염을 불가항력적인 공기 연장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설사 이를 인정하더라도 계약금액 조정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기재부가 2017년 1월 총사업비 관리지침과 공사계약 일반조건을 개정하면서 생긴 문제다. 당시 기재부는 총사업비 지침을 바꾸면서 ‘불가항력 사유’를 빼고 ‘발주기관 귀책에 의한 공기연장’에 대해서만 총사업비 조정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선 발주기관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비 조정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인정했지만, 공사비 조정사유에서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 사유를 삭제한 것은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는 행안부 예규(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보다도 퇴보했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총사업비 조정 및 계약금액 조정의무’에 관한 규정 대신 ‘공사의 일시정지’ 규정을 근거로 폭염에 따른 공사비 조정 지침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사계약 일반조건에서 규정한 불가항력 사유에 ‘폭염’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은 ‘태풍ㆍ홍수 기타 악천후, 전쟁 또는 사변, 지진, 화재, 전염병, 폭동 등’을 불가항력으로 규정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기연장 시 계약금액 조정기준이 국가와 지자체 공사가 다르다는 것은 문제”라며 “기상이변이 늘어나는 건설환경의 변화에 맞춰 기재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9월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맞춰 불가항력 사유의 인정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