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깎고 또 깎고…‘SOC’투자 옥죄고

300억 미만 적격심사제 공사부터 

고용창출 우수 기업 우선 낙찰제

기재부, 국가계약법 개정 추진

 

기업 규모도 ‘제각각’, 공종도 달라

일자리 실적 평가부터 혼선 우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제 대상 공사부터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우선낙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적정 공사비 보장 및 SOC 투자 확대 등 기업 여건과 업황 개선 조치는 뒷전으로 한 채 일자리만 늘리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 및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여건이 천차만별인데, 일자리 실적에 따라 낙찰 기회를 주겠다는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혁신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ㆍ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앞서 국토부가 발표한 국토교통 일자리 로드맵과 마찬가지로, 기재부가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미시적’ 일자리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정안은 크게 혁신성장ㆍ일자리 및 공정조달, 기업부담 완화 등 3가지 방향의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정부가 혁신형 입찰제도로 소개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우선낙찰제’ 도입이다.

기재부는 먼저 적격심사부터 우선낙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낙찰하한선(약 80%) 직상 최저 투찰자를 계약이행능력심사(적심) 1순위자로 선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기로 했다.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찰자별로 일자리 창출실적을 평가해 적심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조정 최저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일자리 평가가 우수하면 적심 1순위자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를 위한 일자리 창출실적 평가기준 및 방식 등은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연내 계약예규 및 세부심사기준 개정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종합심사낙찰제 및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 제도개선은 연내 각각의 세부심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효성이 부족하고 제도 도입 과정에서 큰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시장의 최대 병폐이자 업계 숙원인 적정 공사비 보장방안은 차일피일 미루고 SOC 투자를 계속 줄이면서, 민간에 일자리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사람을 뽑거나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수준을 높이려면 수익 확대 등 경영여건이 개선된다거나 최소한 업황은 밝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이런 문제는 ‘나몰라라’하면서 무조건 일자리만 늘리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성토했다.

동시에 공사 규모가 제각각이고 공정과 사업내용에 따라 입찰참가 기업의 규모도 천차만별인데 신규 채용인원이나 고용유지 비율 등으로 조정 최저가를 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10명을 새로 채용한 대기업과 1명을 신규 채용한 중소기업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줄 것인지 논란이 예상된다. 제도 시행 전 인력을 줄였다가 입찰 직전에 채용을 늘릴 경우 우대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