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강행 ‘원스트라이크 아웃’

법원서 제동… 폐지로 꼬리 내려

서울시, 과도한 영업정지 제재도

결국 헌법상 과잉금지 해당 판결

국토부, 부실벌점 개정도 논란 속

“권한만 있고 책임은 전가”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혁신성장을 위해 ‘적극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행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적극 행정’은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일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행정’이 아니라 도를 넘어선 ‘무리 행정’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하도급대금의 부당결정 등으로 고발당하는 경우 즉시 공공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5월6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규제를 무리하게 강화했다가 2년 만에 수위를 낮춘 것이다.

현행 하도급법은 최근 3년간 법 위반에 따른 누적 벌점이 5점을 넘으면 관계 행정기관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는데, 하도급대금 부당결정, 부당감액, 기술유용, 보복조치 행위로 고발되면 한꺼번에 5.1점을 받는다.

단 한 번의 고발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 내려져 공공입찰에서 전격 퇴출되는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도입 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비례의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정위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강행하며 무리수를 뒀고, 공정위 제재를 받은 동부건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동부건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정위가 꼬리를 내리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하도급대금 부당결정 등 4대 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경우 부과하는 벌점을 종전 5.1점에서 3.1점으로 하향조정하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폐지했다.

서울시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5년 쌍용건설은 금강광역상수도 노후관 갱생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서울시는 2018년 쌍용건설의 토목건축공사업 전체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쌍용건설은 토목공사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토목건축공사업에 대해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며 소송을 냈다.

결국 법원은 토목공사 도중 위반사유 발생에도 건축공사업까지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박탈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서울시가 영업정지 대상 범위를 과도하게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부실벌점 개정안도 ‘무리 행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벌점 산정기준을 누계평균에서 누계합산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동도급공사에서 대표사에만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시정조치가 가능한 가벼운 부실항목에 대한 과도한 처벌은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부실벌점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건설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벌점으로 인해 입찰참가자격제한, 선분양 제한 등 지나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서울시의 자의적인 제재 범위 해석, 국토부의 밀어붙이기식 부실벌점 개정 등은 전형적인 ‘무리 행정’”이라며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사회적 낭비가 뒤따르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건설사에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