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계약예규 개정…연내 시행



　근로자 ‘모든 행위’ 관리 책임서

　‘통상적 수준’으로 부담 경감

　하자담보책임 연장 상한선 마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제도로 기업을 옥죄던 정부가 모처럼 규제를 손질하고 나섰다.

공사현장 근로자의 행위에 대한 건설사의 관리책임 부담을 크게 줄이고, 발주기관의 하자담보책임기간 연장을 당초 기간의 2배 이내로 제한한 것인데, 이번 규제 개선으로 건설산업의 예측 가능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계약예규를 개정해 순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개정안은 공사계약일반조건에 규정된 공사현장 근로자의 행위에 대한 건설사의 관리책임 부담을 완화했다.

현행 공사계약일반조건은 건설사가 소속 근로자의 행위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건설사가 근로자에 관한 관리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면책을 받을 수 없어 책임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건설사의 책임 범위를 ‘모든 책임’에서 ‘통상적인 관리책임’으로 합리화했다.

건설사가 근로자의 관리·감독에 상당한 주의와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관리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발주기관이 일방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하자담보책임기간에 상한선을 뒀다.

지금은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발주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방적인 특약 설정을 통해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와 이용자의 안전 제고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 한해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 특약을 설정하도록 하고, 연장기간도 당초 기간의 2배 이내로 제한했다.

이를 통해 하자담보책임기간 연장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정안은 입찰공고 때 공사기간 산출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발주기관이 명확한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공기를 산정하고 있는 탓에 일선 현장에선 공사품질이 떨어지고, 간접비·지체상금 분쟁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공사계약일반조건에 공사계약 체결 때 발주기관이 작성·배부하는 공사서류에 ‘공기 산출근거’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에 개정된 공사계약일반조건은 오는 12월 24일 이후 입찰공고분부터 적용한다.

또한, 개정안은 적격심사에서 사고사망만인율에 따른 가점을 신설했다.

내년 1월 입찰공고분부터 최근 3년 간 사고사망만인율의 가중평균이 평균사고 사망만인율의 가중평균 이하인 경우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계약예규 개정은 정부가 운영한 계약제도 혁신 전담팀(TF)의 후속조치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규제 개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장 근로자에 대한 책임 범위, 하자담보책임기간 연장, 공기 산정 근거 등이 반영되면서 공사계약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10.05〉